마지막 희망 팬택씨앤아이 '스포츠토토' 법적 분쟁 조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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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셀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던 팬택 박병엽 전 부회장이 '또 다시' 몰락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회사 경영악화의 책임을 지고 팬택을 떠났던 박 전 부회장이 본인 소유 회사 5곳을 통해 화려한 부활을 꿈 꿨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4일에 관련업계에 따르면 IT컨설팅 업체 팬택씨앤아이와 모바일 유통업체 라츠 등 박 전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 4곳 모두가 올해 들어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2012년 설립된 라츠의 경우, 지난해까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2년 말 185명이던 직원 수가 작년 507명으로 1년 새 무려 3배 가까이 뛰었다. 매출 역시 같은 기간 동안 2478억원에서 365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라츠는 최근 대리점사업 대부분을 정리하고 있다. 기존 매장고객들을 다른 업체에 넘겨주는,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나머지 회사들도 올 초부터 사세가 급격히 기울고 있다.
팬택씨앤아이는 2011년 26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찍었지만 2012년 975억원, 2013년 425억원으로 매년 매출 규모가 반토막 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해피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 5월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사업권 우선 협상대상자' 자격을 따냈지만, 최근 해피스포츠 컨소시엄이 입찰 과정에서 불법·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국회와 관련업계 안팎에서 쏟아지면서 오히려 위기에 몰렸다. -
신규 사업 진출을 꾀하려는 시도도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박 전 부회장은 올 초 직원 수 100여명 규모의 반도체 부품관련 회사를 인수하려 했지만, 이 회사 직원들이 거세게 반대하는 바람에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직원들은 박 전 부회장이 반도체 전문가가 아닌데다, 한 번 실패한 경영자라는 이유를 내세워 인수를 막았다고 한다.
박 전 부회장이 지분 50% 들고 있는 휴대전화 부품 도소매 업체 티이에스글로벌도 올 초부터 실적이 쪼그라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박 전 부회장과 그의 두 아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피앤에스네트웍스가 2007년 12월 문을 연 뒤 해마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작년 기준 매출액은 600억원대에 불과해 박 전 부회장의 재기를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업종 또한 화물 중개업이어서 박 전 부회장의 주특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처럼 박 전 부회장 개인기업들이 하나같이 사세가 기울고 있는 까닭은 그동안 이들 기업과 팬택 사이 내부거래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팬택을 중심으로 한 수익구조가 무너지면서 급격히 재정상태가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올해로 설립 23주년을 맞는 이동통신 단말기 전문 제조회사 '팬택'도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 팬택의 창업주 박 전 부회장의 처지와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팬택은 지난달 21일 한 차례 공개매각에 실패한 뒤 2차 M&A(인수합병)를 진행하고 있다. 팬택의 목숨 줄은 현재 법원이 쥐고 있다. 매각 절차를 계속 진행할지 아니면 포기하고 청산에 돌입할지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팬택은 현재 청산만은 막자는 심정으로 인수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고 있다. 직원들도 지난해 8월부터 과장급 이상은 월급의 10∼35%를, 이달부터는 나머지 모든 직원들이 급여의 20%를 자진 반납하는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박 전 부회장과 팬택에 안 좋은 일만 되풀이되는 것 같다"면서 "더욱이 박 전 부회장은 직원들과 소통도 원만했고 업무추진 능력도 뛰어났던 인물인데 이렇게 팬택에서 물러난 뒤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부회장은 지난 1991년 자본금 4000만원과 직원 6명을 데리고 팬택을 설립했다. 이후 연매출 2조억 원을 돌파한 뒤 2010년에는 한 해 동안 무려 98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 LG전자를 누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