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수출기상도... 정부·업계 현격한 '온도차'높은 가격 탓 탑재 사실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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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캡쳐.
"SSD 때문에 컴퓨터 전망이 밝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정부가 올 한 해 산업별 수출 기상도를 발표했다. 기상도는 전망이 좋은 산업을 '맑음'으로, 예상이 어려운 곳을 '흐림', 비관적인 품목을 '비' 등으로 표시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13개 품목 중 컴퓨터 등 4개 산업은 '맑음'을 얻었다. '비'를 얻은 부문은 석유화학 등 3곳이었다.
정부가 컴퓨터 산업에 '맑음'을 준 이유는, 차세대 저장매체로 주목받고 있는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때문이다.
SSD는 기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와 비교해 데이터 접근 속도가 빠르고, 소비 전력이 낮으며 충격에 강하다는 점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우리 기업들이 주도하는 SSD 시장이 호황을 이어가면서 컴퓨터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하지만 컴퓨터관련 업계에선 정반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맑음'이란 점수를 책정한 까닭을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SSD가 HDD보다 4~5배가량 비싸 실제 제품에 채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5일 다수의 컴퓨터 주변기기 판매 사이트를 살펴보면, HDD는 보통 500기가가 5만원 이하 수준으로 거래된다. 반면 같은 크기의 SSD는 40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무려 8배에 가까운 차이다.
SSD 360기가는 20만원대에, 256기가는 10만원 초중반대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128기가만 간신히 10만원대 아래로 책정돼 있다.
가격에 민감한 컴퓨터 시장에서 판매가를 올리는 결정은 쉽지 않다. 따라서 업계에선 기존 판매가를 유지하는 선에서 SSD를 도입하기 위해 128기가 위주로만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128기가의 경우 SSD를 장착해도 큰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HDD는 물론 SSD도 전체 저장 공간의 절반 정도는 여유분으로 남겨둬야 정상적인 작업속도를 낼 수 있다. 128기가 용량에서 60기가는 비워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컴퓨터에 기본적으로 깔리는 윈도우와 한글, 오피스, 동영상 플레이어 등을 설치하는 데만 30기가 이상 용량을 잡아먹는다.
결국 128기가 컴퓨터에 SSD를 넣게 되면 사용 가능한 저장 공간은 30기가뿐이다. 최근 10기가가 넘는 영화들도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30기가는 사실상 컴퓨터로서의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컴퓨터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운 시기가 될 걸로 예상하고 있다"며 "SSD도 가격이 급속도 떨어지지 않는 이상 대중적 모델에는 장착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아직 사업계획서조차 꾸미지 못하고 있다"면서 "SSD가 아무리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워낙 가격이 비싸 실제 적용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