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 "대출 서류 누락… 보험금 지급 불가"시중銀 "무보 믿고 대출 승인… 이제 와서 말 바꿔"소송 시 '무과실' 입증해야… 정도 비슷하면 은행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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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뉴엘 사기대출사건이 시중은행들과 무역보험공사 사이의 소송전으로 번지게 됐다.

모뉴엘에 돈을 빌려준 기업·외환·산업·농협·국민·수협 등 6개 시중은행이 한국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무역보험공사가 보험금 지급 거절을 통보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무역보험공사의 이같은 통보에 강하게 반발하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모뉴엘 사기대출사건과 관련, 6개 시중은행이 청구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예비판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시중은행들이 무보에 청구한 보험금은 총 3억400만 달러(3265억원)에 달한다. 

해당 은행들은 무보의 단기수출보험(수출채권유동화)를 담보로 모뉴엘에 돈을 빌려준 바 있다. 은행들이 빌려준 돈의 총 액수는 3265억원. 각 은행별로는 △기업은행 1055억원 △외환은행 863억원 △산업은행 754억원 △농협은행 568억원 △국민은행 466억원이다.

무보가 보험금 지급불가 판정을 내린 근거는 서류 미비다. 핵심적인 대출 서류들이 누락됐거나 비정상적으로 처리되는 등의 이유로 정상적인 대출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게 무보 측의 주장이다.

무보 관계자는 "300건 가까이 되는 대출건 가운데 정상적인 서류는 단 하나도 없었다"며 "보험금을 지급하면 오히려 무보가 배임죄의 책임을 물 수 있을 것으로 염려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해당 은행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법적 절차를 거쳐서라도 보험금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직 무보 사장이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등, 무보 임직원들이 박홍석 모뉴엘 사장과 연루된 것이 밝혀졌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소송을 해도 (은행들에게) 승산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보험금은 물론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또 "무보가 내 준 보증을 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무보에서 제시한대로 대출심사를 실시했고, 그에 따라 대출 결정이 내려진 것인데, 이제 와서 그 책임을 회피하면, 앞으로 무보 보험은 받지 말라는 얘기"라며 "무보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수출입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됐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무보의 예비 통보 이후 은행은 한 번의 소명 기회를 가진 뒤 최종 판정을 받게 된다. 최종판정 결과에 대해서도 해당 은행들이 불복하는 경우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의신청협의회가 다시 판정을 한다. 이 판정까지 불복할 경우에는 결국 소송이 진행된다.

소송이 진행될 경우, 해당 은행들과 무보는 각자 과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결국 은행들과 무보 모두 모뉴엘에게 사기당한 상황인데, 사기를 당하는 과정에서 각 당사자들의 과실책임, 즉 어느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가 소송전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삼현 교수는 "무보는 모뉴엘을 보증하는 과정에서 과실이 없었음을, 은행들은 모뉴엘에 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변제 가능성을 면밀히 확인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각각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 측 모두 무과실임을 입증했거나 과실 유무를 정확히 입증할 수 없을 땐 시중은행 측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교수는 "양 측의 과실 정도가 같거나 알 수 없을 땐 관련 법규상 무보 측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