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 435곳 역대 최고... "10년 전 대비 2배"유가 폭락에 유류세, 재고평가 손실 등 "시름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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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정재훈 사진 기자


    최근 국제유가가 40달러대로 폭락한 가운데 국내 주유소들끼리 기름값 인하 경쟁이 과열되면서 결국 폐업이나 휴업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 거기다 주유소 폐업시 평균 1억5000만원의 폐업 비용이 드는 등 더이상 '황금 마진'으로 '동네 부자' 소리를 듣던 주유소 사장들은 보기 어렵게 됐다.

    12일 정부와 한국주유소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에서 주유소 212곳이 폐업했다.

    폐업 비용이 비싸 휴업을 택한 곳도 435곳에 이르렀다. 휴업 주유소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200개 이하에 머물렀지만, 이후 꾸준한 증가를 보이며 현재 400개가 넘는 주유소가 먼지만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주유소들이 폐업을 하려고 해도 건물 철거비용, 토양 정화비용 등으로 약 1억5000만 원 상당의 폐업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을 닫은 채 방치하는 주유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름탱크에서 기름이 새나와 토양오염 우려가 있는 탓에 기름탱크 제거 후에는 반드시 정화 작업을 마쳐야 폐업이 가능하다.

    문제는 단순히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국 주유소들의 휴·폐업이 늘어나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국 130곳이 넘는 주유소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되기도 했다. 토양은 한 번 오염되면 완전한 복구가 사실상 어려운 만큼 정부와 석유관리원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처럼 곡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은 주유소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4사도 포함된다.

    최근 국제유가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고정 세율이 적용되는 국내 '유류세'와 '재고평가 손실'이 가장 큰 이유다. 

    유류세란 유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휘발유 경유 등유 등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정부는 현재 국제유가가 낮아져도 국내 유류세에 고정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는 고려하지 않은 채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에 유가 하락분이 반영돼야 한다며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가 떨어졌는데 왜 기름값은 조금밖에 내려가지 않냐면서 정유사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정부에서 유류세를 낮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름값 하락이 더디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암울한 상황은 바로 '재고평가 손실'이다. 재고평가 손실이란 정유사들이 사들인 석유와 석유제품 등의 재고 가치가 떨어지는 데서 오는 손실을 말한다. 100달러를 주고 산 원유를 50달러에 되파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한편, 최악의 국제유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향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면서 국내 정유사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