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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재가 시행된 가운데, 국내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오늘 개소했다. 몇몇 기업들은 거래시장 개장에 정부의 온실가스 할당량 통보에 대해 이의신청을 한 상황이지만 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와 환경부는 12일 오전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개장식을 하고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석유화학업체, 철강업체 등 525개 할당대상 기업과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만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개장에 앞서 남동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5개사와 LG화학·금호석유화학·한화케미칼·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회사, 민간 발전사와 중소 철강업체, 지역난방 업체 등은 정부의 온실가스 할당량 통보에 대해 개별적으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들 업체가 요구한 1차년도 배출권 총량은 20억8000만t으로 환경부의 15억9800만t보다 4억8200만t 초과된 규모다. 이에 업체들은 정부의 할당량이 적어 배출권을 추가로 조정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다만 국내 최대 온실가스 배출업체인 포스코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 정부가 이번 이의신청 대상을 기업의 할당 신청량과 이에 대한 환경부의 인정량이 다를 경우로만 제한하고 있어 업종별 할당 규모나 그 외의 부분은 이의신청 대상에서 제외돼 일부 기업들만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현재 정부 공동작업반에서 각 기업의 이의신청 내용을 검토 중이며 1월 말께 검토 결과를 토대로 할당량을 재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업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 측에서는 이의 신청 심사에서 신·증설분에 대해 증빙자료가 없어 인정받지 못했던 양 정도만 추가 할당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 적정선이나 배출권 거래제 문제 자체에 대한 의이 신청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이미 할당량을 통보 받은 회사의 할당량을 회수해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정부가 보유한 예비분에서 추가할당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이미 통보 받은 회사의 할당량을 조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
업계에서는 이번 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 1차 계획기간인 2105년부터 2017년까지 최대 28조원 규모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각 기업체에 할당한 배출량이 실제 배출량보다 적어 초과분에 대한 과징금 폭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업종별로 배정된 이산화탄소 할당량과 업계 요구량의 차이를 2010년 유럽연합(EU) 배출권의 평균가격인 2만10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산업계 전체적으로 3년간 5조9762억원의 추가부담을 지게 된다. 배출권이 부족한 상황에서 판매자가 없다고 가정해 과징금 상한선인 10만원을 적용하면 추가부담액은 28조4591억원까지 늘어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업체와 논의해 조정하거나 과징금 폭탄에 대한 대책을 미리 마련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이 지게 된다"면서 "이같은 부담은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과 생산력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고용 창출도 어려워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는 정부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은 남는 양을 판매하고 허용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은 초과한 양만큼 배출권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할당량을 초과한 기업이 배출권을 구매하지 못하면 과징금이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