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양도한 책임 인정… 금융사 vs 소비자 과실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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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 A] 제 아들은 2년 전 어학연수차 미국에 반 년 가까이 체류한 사실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제 아들에게 제 명의의 계좌에서 결제가 이루어지는 체크카드를 주면서 생활비 등 용도로 사용하게 했습니다. 아들은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후, 지난해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해당 계좌에서 돈이 인출됐다는 메시지가 제 휴대전화로 왔습니다. 제 아들은 분명 군 복무 중이고, 해당 카드와 통장은 제가 소지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니, 현금 인출은 태국에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아들이 제 카드를 미국의 자동화기기에서 사용하는 동안, 누군가 카드복제장치를 이용해 카드를 복제한 후, 이를 태국으로 가져가 현금을 무단 인출하는 등의 행위를 저지른 것입니다.

    위조된 체크카드에 의해 예금이 인출됐으므로, 인출액 전액을 배상해주기 바랍니다.


    [B은행] 해당 부정사용은 소비자가 자신 명의의 카드를 본인이 직접 사용하지 않고 자녀에게 양도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안입니다.

    저희가 제시한 약관에는 “회원은 발급 받은 카드를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 “카드의 양도, 대여 등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회원이 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는 이번 부정사용 건에 대해, 카드 양도에 따른 책임을 부담해야 합니다. 즉, 소비자 A씨에게 해당 금액을 배상할 수 없습니다.


    [해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6조,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등은 카드가 위조 또는 변조되어 회원(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책임을 부담하지만, 금융회사가 회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 회원에게 그 책임을 전부 또는 일부 부담시킬 수 있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B은행의 체크카드 이용 약관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지요.

    A씨가 직불카드를 자녀에게 양도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바, A씨는 자신 명의의 카드를 타인에게 양도한 데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 타인이 배우자나 친자녀 등 가족이라 하더라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A씨가 모든 피해를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도난카드 사용과 관련한 회원과 카드사의 관계는 채무 이행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제3자의 부정사용에 따른 책임 귀속에 관한 문제이므로, 그 기여도에 따라 책임을 나누는 것이 정당하다(서울중앙지법 2005.4.22., 2004나25771)”는 판례를 근거로 은행과 소비자 모두에게 책임을 물었는데요, 이 중 은행이 60%의 책임을 지도록 했습니다(2008. 6. 10, 제2008-48호). 즉, 은행과 소비자의 과실 비율로 6:4로 책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