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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여기만 오면 집에 갈 생각을 안해요. 팀원들과 우연히 이야기를 시작하면 밤새 꼬리에 꼬리를 물고 토론을 이어가죠. 가장 좋은 점이요? 삼성은 스타트업의 단기적 성과에 목매지 않아요. 눈에 보이는 실적보다는 진짜 혁신에 집중해달라고 하더군요. 이곳은 저같은 창업자를 위한 진짜 놀이터인 셈이죠."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 벤처기업 '슈퍼스트링(Superstring)'의 은석훈 대표
삼성그룹이 지원하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 벤처기업 대표의 얘기다.
10일 기자가 찾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지난해 말 '씨랩(C-Lab)' 벤처창업 공모전을 통해 207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18개 스타트업이 6개월 과정으로 입주해 있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벤처기업가들의 나이대도 다양했으며 가방, 3D 프린터, 파이프, 컴퓨터 직재 프로그램, 욕실 관련 용품, 핀테크 관련 소프트웨어, IT 소품 등 분야 또한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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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내 13층에 위치한 씨랩은 실리콘밸리를 연상시키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대기업 부럽지 않은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 또 삼성전자에서 핵심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이 매달 정기적으로 멘토링을 지원하며 매주 목요일에는 국내외 정상급 전문가와 외부 강사를 초빙해 전문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과에 따라 팀 당 최대 5억원의 사업 지원금을 제공하며 6개월 간의 정규 과정을 마친 후에도 자립할 수 있도록 벤처캐피탈(VC)과의 연계나 M&A, 지적재산권 관련 전문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같은 프로그램은 자금력만 바탕이 된다면 사실 어느 기관에서나 지원할 수 있는 평이한 내용이다. 그러나 삼성은 작은 차이로 삼성만의 창조경제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먼저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탁상 행정 업무는 과감하게 생략했다.
은석훈 대표는 "다른 벤처기업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제출해야하는 페이퍼 업무가 상당히 많아 쓸모없는 데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일이 잦았다"면서 "이곳에서는 그러한 행정업무가 없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은 대표에 따르면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를 사업화 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이건 안되겠다'라는 확신이 들어도 프로그램상 '보고 의무' 때문에 억지로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잡아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센터 측이 바라는 목표기 때문이다. -
이와 함께 센터는 스타트업이 사업을 시작하며 느끼는 실질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실무에 꼭 필요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다른 입주 스타트업인 '존규'의 이장규 대표는 "일회성으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벤처 육성 프로그램은 많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서 맞닥뜨리는 문제에 대한 현실적 조언을 해주는 곳은 없었다"면서 "삼성이 지원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만난 제일모직 멘토와의 만남은 사업을 진행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한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멘토와의 만남을 갖고 있으며 그 외에도 틈날때마다 연락해 사업을 진행하며 궁금한 부분들을 물어보고 있다"면서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이나 마케팅, 판매 채널 확보 등 실질적인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어 상당히 유용하다"고 밝혔다.
센터 측은 삼성전자와 연계한 멘토링 프로그램과 2주간의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합숙 캠프 외에도 국내 최고 수준의 회계법인·법무법인 등의 컨설팅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
김선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센터의 목표는 스타트업의 사업적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하더라도 재기, 삼기가 가능한 벤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현재 센터는 삼성과 대구시, 그 외의 전력펀드 등을 통해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이곳에서 배출한 스타트업이 사업적 성과를 내면 그 배당수익을 또 다른 스타트업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삼성이 제일모직으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것처럼 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이 삼성을 잇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대기업 팔 비틀기 식 창조경제가 아닌, 지자체-대기업-스타트업 모두 상생하는 창조경제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창조경제센터의 이같은 노력은 벌써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18개팀 중 한 욕실 제품 관련 업체는 다음달 국내 한 대기업과 연계해 신상품을 출시하며 또 다른 업체는 제일모직 삼청동 매장에서 제품을 팔 수 있는 판로를 확보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매년 2기씩 총 40개 스타트업을 지원해나갈 예정이다. 오는 6월에는 해외 팀을 포함해 약 20개팀을 선발하게 된다. 대구가 첨단의료복합도시로 지정돼 있는 만큼 바이오와 메디컬 분야가 강한 호주 유명 스타트업 1~2개 팀의 입주도 논의되고 있다. 센터 측은 입주한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삼성벤처 파트너스 데이'를 통해 인연을 맺은 외부 스타트업 등 총 100여개 팀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이경석 삼성전자 부장은 "1기는 공모전을 통해 뽑았지만 2기는 추천 등의 방식으로 모집하게 된다"면서 "1기와 2기에서 겪는 시행착오와 문제점을 바탕으로 선발 방식이나 운영 프로그램 등을 업데이트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은 대구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옛 제일모직 부지에 대구–삼성 창조경제단지를 조성한다. 단지는 부지 9만199㎡, 연면적 4만3040㎡ 크기로 삼성은 약 900억 원을 투자하게 된다.
내년 12월께 완공되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씨랩도 모두 이 곳으로 이주하게 된다. 창조경제단지는 핵심 시설인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문화예술창작센터가 들어서는 창조경제존, 삼성의 탄생과 역사를 아우르는 삼성존, 옛 제일모직 여자 기숙사를 개조해 만든 아뜰리에존, 공원과 문화센터가 들어서는 커뮤니티존 등 4개 테마 구역으로 조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