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부문 손실만 2조663"2억... "설비 및 운영 효율화 재점검해야""고유가 시기 수립된 투자 계획 및 정부 규제 새 환경에 맞춰야"
  • 국제유가가 당분간 배럴당 5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지난해 정유부문에서 2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정유사들에 대한 '저유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유가 당시 수립됐던 투자계획 등에 대한 재검토는 물론, 기존 설비 및 운영 효율화를 통한 원가절감에 역량 집중이 필요하다. 또 유가 상승기에 대비해 원유도입선 다변화와 함께 더 싼 값에 안정적으로 원유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해 지난해 발생했던 천문학적 수준의 재고평가손실을 메우는 데 신경써야 할 때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해 25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온산공장을 가동한지 34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부문의 적자가 6000억원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PX(파라자일렌) 등 석유화학부문에서 이를 만회했지만 실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에 에쓰-오일은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와의 협력 강화와 함께 온산공장 설비에 대한 대규모 정비에 돌입한다.

    아람코는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동북아지역 원유공급가격을 인하한 바 있다. 또 에쓰-오일과 연간 12조20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설비 보수로 가동을 중단할 경우 부족한 원료를 공급받는 동시에, 풀 가동시 남아도는 제품을 아람코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이 가능해 진다.

    에쓰오일 고위 관계자는 "온산공장에 약 1천억원을 투입, 설비효율성을 높이면 매년 1~2천억의 수익이 난다"면서 "이번에 5조원을 투입해 새로짓는 프로젝트가 완료될 경우 매년 2조원대의 수익이 나는 회사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 맏형'격인 SK이노베이션 또한 지난해 2241억원의 영업손실이라는 성적표를 공개하며 1977년 이후 37년 만에 적자를 기록을 알렸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일일 정제능력이 가장 큰 만큼 원유도입과 제품 재고평가손실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정유부문만 1조원에 달하는 99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이중 유가가 급락했던 4분기에만 절반이 넘는 589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SK이노베이션 역시 화학부문, 석유개발 부문 등의 호조로 인해 정유부문의 부진한 실적을 가까스로 보완했다.

    SK의 경우 이번 저유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유가 상황속에서 추진했던 예정사업의 경우 신속한 재조정을 통해 변동성에 적극 대처하는 동시에, 기존 진행 사업의 경우 저유가 활용해 수익 구조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GS칼텍스 역시 지난 2009년 이후 6년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2013년만 해도 900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GS칼텍스는 작년 45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요 정유사들과 마찬가지로 GS칼텍스의 부진한 실적에 대한 원인은 역시나 '유가급락'이였다. GS칼텍스에 따르면 상반기 정유부문 영업손실은 2010억원, 하반기에는 상반기 손실의 4배에 가까운 735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저유가 시즌에 돌입한 4분기에만 452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실적을 뒤흔들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정유부문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윤활유 부문까지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정유3사가 주력사업분야인 정유부문에서 기록한 영업손실만 총 2조6632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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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경제DB



    그나마 국내 정유업계 중 설비 규모가 가장 작은 현대오일뱅크만 적자를 면한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9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0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4분기 영업이익은 136억원에 불과했지만, 유가 급락시기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련 업계의 부러움을 살 정도다. 높은 고도화비율과 철저한 재고관리를 통해 4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이같은 국내 정유업계의 부진한 실적은 유가 급락, 글로벌 수요 부진, 셰일가스 출현, 알뜰주유소 등 과당경쟁, 정부 규제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한 때 '기름장사가 금장사보다 낫다'는 말이 돌 정도로 정유업계의 고공행진이 계속됐었는데, 이제는 적자만 줄여도 천만다행인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면서 "유가가 당분간 크게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저유가 시즌에 대응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유가 시기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잡기 위해 실시된 정부 규제 역시 새로운 환경에 맞게 조정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