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스스로 위기 의식 느끼고 혁신해야" 전문가 한 목소리
  • ▲ 지난 10일 열린 핀테크 촉진 현장 간담회 모습 ⓒ NewDaily DB
    ▲ 지난 10일 열린 핀테크 촉진 현장 간담회 모습 ⓒ NewDaily DB

    금융위원회가 금융권 개혁을 위해 실시한 은행혁신성평가에 대해 금융 전문가들이 고치거나 보완해야 할 점들을 지적,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성 혁신과제와 정책적 혁신과제의 구분 △등수 위주의 줄세우기 식 평가 지양 △은행별 특성화 유도 등을 제언했다.

이들은 “정부 주도로 마지못해 하는 혁신이 아닌, 은행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시행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채수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표, 정지만 상명대 교수, 조성제 BS금융경영연구소장,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김영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내정자,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 등은 13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국내은행의 혁신성 제고를 위한 과제' 세미나에서 이 같이 토론했다.

채수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표는 “사업성 혁신과제와 정책성 혁신과제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수일 대표는 “은행이 수익을 올려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사업성 혁신과제와 기술금융, 서민금융처럼 정부가 정책적으로 시행하는 정책성 혁신과제가 있는데, 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무작정 혁신할 것을 주문하면 은행들이 혁신성 평가에 대해 혼란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수일 대표는 “은행은 체질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무조건 혁신하라고 떠미는 것은 곤란하다. 대출은 보수적이어야 한다. 대신 이자마진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으니 수수료 수익창출 등을 위해서는 투융자 복합금융 등을 시도해야 한다. 그 것이 바로 사업성 혁신과제”라고 말을 이었다.

정지만 상명대 교수는 차기 평가를 실시할 때 수정 또는 보완해야 할 점 5가지를 제시했다.

정지만 교수는 “3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볼 때, 그 동안 금융산업이 얼마나 그동안 발전했느냐는 의문을 갖게 된다. 혁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지만 교수는 “과거 답습에서 벗어나 기술금융·창조금융 등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고 새롭게 태어날 필요성이 있다”며 은행 혁신성 평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정지만 교수는 “하지만 반드시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며 △법적 근거 마련 △정부의 역할 변화 △줄세우기 식 평가 지양 등을 제시했다.

그는 “평가제도는 은행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확고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면 '관치'라는 오명 뒤집어쓸 수 있고, 신뢰도 역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시장에서 심판 같은 역할을 해야지, 팀의 코치나 감독의 역할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  민간기업에 대해 얼마나 관여하고 평가할 것인가. 어디까지 개입하는 게 정당한 것인지 경제학적 관점에서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평가방식에 대해서는 “은행혁신성평가는 등수에 너무 집착한다. 예를 들어 1등이 99점, 2등이 98점을 받은 경우, 2등 역시 잘했는데도 1등을 못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공공기관 평가처럼 등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성제 BS금융경영연구소장은 “평가 순위를 모두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성제 소장은 “은행은 시중의 평판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당국의 평가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하는지 피드백을 받아보고, 은행으로부터 평가 관련 개선 사항을 제안 받으면 바로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제 소장은 “금융 혁신을 독려하기 위해 결과를 공개하는 현 방식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1등하는 은행은 발표를 하되, 하위 은행까지 발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평가가 나쁜 은행의 경우, 컨설팅 등의 방법으로 보완을 유도하면 혁신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각 은행 별 특성화 분야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현기 소장은 “모든 은행에게 기술금융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기술금융, 서민금융, 해외금융 등 각 은행별로 특성화된 분야를 살려야 한다”며 “다름을 촉진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말했다.

배 소장은 또 “은행 지분투자를 적극 장려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바젤3 등 안정성 지표가 나빠질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기 금감원 부원장보는 “당국이 관행을 바꾸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며 “은행들이 스스로 ‘금감원의 검사 때문에 혁신이 어렵다’고 핑계대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우리도 혁신의 방해자가 아닌 지원자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 않나. 많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오죽했으면 정부가 나섰겠는가. 금융권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대영 과장은 “평가는 당분간 계속 진행될 것이다. 금융권이 스스로 체계화하는 데에 일조하기 때문”이라며 “최소한의 기준으로 평가할 뿐, 과하게 할 계획은 없다. 혁신이 일정 수준까지 진행될 때까지만 평가를 한 뒤, 자율화된 시스템에 맡기겠다”고 설명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은행권이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채수일 대표는 “은행은 왜 혁신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하며, 당국은 이에 걸맞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현기 소장은 “과거 5대 은행이었던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가 모두 사라졌다. 지금 4대(국민·우리·하나·신한) 혹은 5대(4대은행+농협) 은행도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며 “은행권 스스로가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