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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 '보톡스 주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주름제거를 위해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주사제를 떠올린다. 사실 보톡스 주사는 '보툴리늄 톡신'이라는 독소에서 추출한 운동신경과 근육의 연결부위를 차단하는 물질로 적절한 부위에 접종할 경우 근육을 마비시켜 주름살 제거 및 근육의 부피 감소로 인한 윤곽의 변형이 가능해, 주로 미용을 위한 목적에 많이 사용되어 왔다.
신경과에도 보톡스 주사를 사용하는 클리닉이 있다고 하면 뇌의 주름을 펴는 데 사용하냐고 농담조로 물어보지만 사실 이 보톡스 톡신이라는 성분은 미용적인 효능뿐만 아니라 편두통, 악관절 이상, 다한증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주사제다.
특히 신경과에서 운영하는 보톡스 클리닉에서는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양눈이 감기거나 입꼬리가 올라가는 등의 근긴장이상증, 강직 등을 보톡스 주사로 치료하고 있다. 최근에는 뇌졸중 이후에 나타나는 강직, 이갈이, 다한증, 만성 난치성 두통의 치료제로도 사용하는 등 그 영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보툴리늄 톡신 주사는 무엇이고 신경과에서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
보톡스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균에서 분비되는 7종류의 신경마비독소(A-G) 중 A형 독소를 정제한 것이다. 이 물질은 근육수축 신경신호를 근육에 전달하는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방해하여 근육의 수축을 억제한다. 이상 수축을 일으키는 근육에 적정량의 보톡스를 국소 주사하면 비정상적이거나 과다한 근육 수축을 억제하여 이상운동증상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환자들은 대개 안검경련, 반측 안면경련, 사경증 등의 근긴강이상증으로 신경과 보톡스 클리닉을 찾는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눈이 감기고 뜨기 어려운 증상을 안검경련이라 하는데, 안검경련 환자들은 경미할 때는 글씨를 쓰거나 밝은 곳에 있을 때 약간 답답한 정도지만 심하면 외출, 운전 등 일상생활이 어렵고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증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
초기에는 눈 아래가 미세하게 떨리는 증상으로 시작되었다가 심하면 입주위로도 경련이 나타나는데 이를 반측 안면경련이라고 한다. 반측 안면경련 환자들은 마치 윙크를 하는 것 같이 보여서 타인에게 오해를 받는 일도 있다. 많은 환자들이 반측안면경련을 뇌졸중이나 안면마비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증상과 병력에 따라서는 영상검사가 필요하다. 사경증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목에 힘이 들어가면서 한 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을 말한다.
이러한 3가지 대표적인 근긴장이상증의 경우 먹는 약으로 치료를 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효과가 없어서 보톡스 주사 처방이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약물을 비롯, 증상을 유발할 만한 요인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며 신경학적 검사가 필요하다. 환자의 증상과 병력에 따라 MRI를 비롯한 뇌영상, 신경전도검사, 유전자 검사, 진단검사의학과 검사와 같은 특수검사가 함께 이루어지기도 한다. 특히 경우에 따라서는 근전도검사 등 특수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을 감별해야 하므로 신경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보는 것이 좋다. 환자에 따라서는 신경외과, 신경근육질환, 영상의학과의 다학제적 진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보톡스 치료는 한번의 시술로도 효과가 나타나며, 약 3~5개월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 얼굴 시술인 경우 안면비대칭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나, 대개 이를 감안하여 용량과 주사 위치를 조절한다. 비대칭이 있어도 효과 지속 시간이 지나면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온다. 목 시술일 경우 삼킴 장애가 올 수 있으므로 환자에 따른 용량 및 주사 위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들에게 보톡스 주사는 매우 유용하며 안전하고 심리적 부담이 적은 치료법이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용 시술과 달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경험 있는 신경과 전문의로부터 치료 받는 것을 권장한다. /윤지영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