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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에 이어 히든카드로 두 번째 국적 저비용항공사, '서울에어(가칭)' 이륙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금호산업 인수전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에어부산·서울에어 등 LCC '雙頭馬車'로 수익성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24일 아시아나항공은 이사회에서 자회사 서울에어의 설립을 결의했다. 이사회 결의에 따르면 서울에어의 자본금 규모는 국제항공운송사업자의 요건인 150억원 이상이며 최초 출자금은 5억원이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달 초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류광희 아시아나항공 여객본부장 겸 전무가 서울에어 초대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의 '제2 LCC' 설립 추진과 관련한 기초 준비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류 대표의 취임으로 인천·김포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한 그룹 내 '제2 LCC' 설립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해 2월 아시아나항공 내부에 TF(테스크포스, Taskforce)팀을 꾸려 경영 합리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 지 1년 만에 '제2 LCC'설립 계획이 시나브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월 서울에어 설립 의지를 밝혔지만 기존 LCC인 에어부산 주주들의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첫 번째로 설립한 제1 LCC(Low Cost Carrier,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이 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산시와 부산 지역 상공의들이 54%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서울에어의 설립을 통해 주주들에 의해 경영권 행사에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에어부산의 지분을 서서히 빼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에어부산 지분 매각에 대해 한 번도 논의해본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에어부산은 부산 김해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두고 다른 LCC보다 '부산~제주'노선의 경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에어부산은 지난해 대한항공을 제치고 처음으로 김해공항 점유율(34.5%, 357만명) 1위를 기록했다.
부산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한 만큼, 부산 시민들이 에어부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아시아나는 서울에어를 설립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의 입장에서는 에어부산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사실이지만 수익성을 더 극대화할 수 있는 노선을 취항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만큼, 이번에는 수도권을 베이스로 둔 제2 LCC '서울에어' 설립을 통해 수익성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서울에어'의 허브 공항은 이름과 같이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에어부산을 통해 저비용항공사 설립 관련해 기반을 확보했기 때문이나 조직 구성이나 항공기 도입 등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한 준비 기간이 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최근 서울에어 대표가 취임된 만큼 '서울에어' 설립과 관련해 지난해보다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일각에서는 현재 국적 저비용항공사가 5개나 자리잡고 있는 만큼, 신규 LCC의 등장으로 자칫하면 LCC간 출혈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를 잠식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제2 LCC'와 '기존 LCC'와 노선간 차이를 둘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는 현재 일본 등 소도시 단거리 노선에서 외국 저가항공사에 밀려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수익 노선을 LCC로 이전해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에어부산이나 아시아나항공과 노선이 겹치지 않고, 비수익 노선 위주로 서울에어를 운영해나갈 계획이라고 아시아나항공 측은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기존 에어부산, 새로 설립되는 서울에어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또한 지난 1월 신년회를 통해 "제2 LCC와 기존 LCC와의 간섭 효과는 적을 것"이라며 일부의 우려를 잠식시키기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시아나의 제2 LCC 출격을 두고 항공업계에서는 '서울에어'가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이미 '에어부산'이라는 저가항공사 출격을 통해 LCC 업계 시장을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항공산업의 특성상 이점 또한 깊게 자리잡고 있다.
FSC(Full service Carrier)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이외의 경쟁자는 더이상 정부에서 허가하지 않는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항공회담을 통해 양국간의 신규노선 취항이나 운항횟수 증대를 결정하기 때문에 시장개척비용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노선 확보를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설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또한, LCC는 일단 가격이 저렴해 이용객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FSC와 달리 승무원이 승객의 즐거움을 위해 기내방송도 독특하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비행의 지루함을 달래주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 항공시장 규제완화 이후 등장해 갈수록 저비용항공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서울에어'라는 LCC 쌍두마차를 통해 수익성은 물론, 업계 1위 대한항공을 뛰어넘는 항공업계 터줏대감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국적 LCC(5개사 합계)의 지난해 12월 국내선 여객 점유율은 61.8%을 차지했으며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의 지난달 국내선 여객수송 점유율은 각각 21.4%(36만8341명), 8.7%(14만9050명)를 차지하며 1위와 4위를 기록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 5조8362억원, 영업이익 981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