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연속 상승세... 수출 기여도 1위 자리 공고히모바일 D램 LPDDR4 세대교체, PC용 D램 시장 '판가 상승'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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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가 올해도 변함없이 우리나라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투톱 삼성과 SK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우리 수출과 세계교역량 비교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수출물량 증가율은 4.4%로 세계 교역량 신장률(3.1%)을 크게 웃돌았다.

    수출 금액 증가율 역시 지난해 1월부터 11월 사이 2.4%를 기록해 세계 수출 상위 10개국 중 5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호성적의 비결은 단연 반도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 실적은 5731억 달러였다. 이 중 반도체가 10.9%에 해당하는 626억 달러를 담당했다. 모든 수출 산업 중 반도체만 유일하게 두 자릿수 기여도를 보였다. 반도체가 자동차와 선박,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 산업들을 모두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이다.

    2013년 대비 수출 증가율에서도 반도체는 9.6%라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으며 다른 산업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올해도 반도체는 우리 수출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달 국내 반도체 산업은 D램 가격 상승에 힘입어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모모리반도체의 경우 모바일 메모리 수요 증대와 미세공정 기술력 우위로 작년 2월보다 무려 54.1%나 늘어난 23억1000만달러 규모의 수출을 거뒀다.

    반도체 수출 성적표의 경우,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과 SK하이닉스가 얼마만큼의 매출을 올렸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들 두 기업이 올린 매출 가운데 90% 이상이 수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 모두 올해 큰 폭의 매출 신장이 기대된다. 특히 삼성전자 DS부문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DS부문의 양쪽 날개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다.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며 너나할 것 없이 실적 호조로 샴페인을 터트렸다.

    하지만 올해는 다소 힘겨운 한해를 보낼 전망이다. 올 1월 PC D램 가격이 이미 10% 넘게 빠졌다. PC D램 시장은 그동안 서버와 프리미엄 시장에서 실패한 업체들이 기댈 수 있는 안식처 역할을 해왔다.

    작년에는 PC D램 시장 수요가 기록적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모든 D램 생산기업들이 노는 물량 없이 판매로 연결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올 초부터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흐름을 타고 있어 PC D램 시장 또한 기술력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전쟁터로 변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오히려 더 큰 실적을 낼 수 있다. 기술력으로 평가받는 시장으로 재편되면 D램 판매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DS부문의 기술력은 경쟁자가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한두 해 정도는 연구개발을 안 해도 1위 자리를 지킬 정도로 2위 업체와의 기술력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 있다.

    메모리반도체 부문 중 반도체의 기억 소자인 D램의 경우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20나노(1나노=10억분의 1m) 초미세 D램'을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경쟁사들은 25와 29나노 D램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보다 길게는 1.5년 이상 기술력에서 뒤쳐져 있는 것이다.

    더욱이 D램과 함께 메모리반도체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낸드(NAND)도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V낸드)'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3차원 V낸드는 기존에 평면으로 배열하던 데이터 저장용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에 따라 좁아진 상면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4단을 뛰어넘어 32단 V낸드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셀을 수직으로 쌓는 구조인 V낸드는 삼성만의 '전매특허' 기술이다. 경쟁사들은 여전히 평면구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앞선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할 저장장치 SSD 시장을 잠식할 계획이다. SSD는 HDD에 비해 뛰어난 안정성과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제공한다.

    시스템반도체 부문도 올 한해 크게 약진할 전망이다. 벌써 시스템반도체는 2개월 연속 매출 신장세를 기록하며 지난해 1월 대비 9.5% 덩치를 키웠다. 이전까지 부진을 면치 못했던 시스템반도체가 지난해 연말부터 삼성전자 곳간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효자 사업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골고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뇌 역할을 담당하는 AP의 경우 퀄컴과 애플에 이어 세계 3위을 달리고 있다. 카메라에 들어있는 CIS(센서)는 일본 소니 다음인 세계 2위다.

    모뎀(통신칩)과 소모성 전기를 잡아 전기사용 효율을 관리해주는 'PMIC', 디스플레이 제어장치인 'DDI' 등도 상위권에 올라있다. LED(광원)사업부도 오슬람까지 제치고 세계 2위에 등극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14나노 핀펫(FinFET) 제품의 안정적 공급과 아이소셀(ISOCELL) 고화소 CIS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실적 회복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장기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파운드리 거래선 다변화와 모바일 AP 제품 경쟁력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최초로 3차원 트랜지스터 구조인 핀펫 공정을 적용한 '14나노 모바일 AP'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핀펫은 기존 2차원 구조인 반도체를 3차원 입체 구조로 설계해 누설 전류를 줄인 기술이다. 트랜지스터 구조가 물고기 지느러미와 비슷해 핀펫이라고 불린다.

    14나노 로직(Logic) 공정은 20나노 공정보다 성능이 20% 향상되고 소비전력은 35% 감소할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30% 개선되는 고성능, 저전력, 고생산성의 특징을 갖춘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삼성전자는 14나노 핀펫 공정을 '엑시노스 7 옥타' 시리즈 신제품에 처음 적용하고, 올해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CIS시장 역시 삼성전자에게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미러리스 카메라 NX시리즈가 점유율을 계속 높이고 있는데다, 전체 미러리스 시장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2013년에 이미 점유율 51%를 기록, DSLR(49%)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58%까지 점유율을 끌어 올리며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10%대 후반 점유율로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SK하이닉스도 올 초 8Gb(기가비트) LPDDR4(Low Power DDR4) 제품을 업계 최초로 최신 스마트폰 주력 모델에 장착시키는 등 모바일 D램 세대교체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SK하이닉스의 20나노급 '8Gb LPDDR4'는 LPDDR3의 1600Mbps 대비 2배 빠른 3200Mbps 이상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갖췄다. 동작전압 측면에서도 DDR3의 1.2V보다 낮은 1.1V를 구현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고급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환경을 순조롭게 구현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또 일본의 도시바와의 협력을 통해 미세 공정을 공동 개발키로 하는 등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선두 업체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SSD 경쟁력 부진을 올해 중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SSD 시장에 진입을 위해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반 올플래시 스토리지 기업 '바이올린메모리(Violin Memory)'로부터 'PCIe' 사업부를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엔 분명 먹구름이 드리워 졌지만, 삼성과 SK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 작년보다 더 많은 수출액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