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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부진한 경기 회복세에 대응,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 등 기준금리 인하 이외의 다른 수단을 동원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 중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8일 "현 시점에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는 가계부채 증가 등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기 위한 다른 방안들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현재 15조원이 한도인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늘리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열 한은총재도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은은) 금리가 주된 수단이지만 금융중개지원대출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를 시사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프로그램 요건에 맞는 은행 대출에 한은의 저리(연 0.5∼1.0%) 자금을 지원해 해당 성격의 중소기업 대출이 촉진되도록 하는 통화정책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전에 택한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과 작동 방식이 유사하다. 


    지난 2월말 현재 금융중개지원대출 잔액은 11조9081억원에 달해 한도가 3조원 가량 남았다. 1년 전보다 36.3%(3조1728억원) 늘면서 사상 처음 12조원에 육박한 것. 


    현행 6개 프로그램 가운데 지난 2013년 4월에 도입한 기술형 창업지원 프로그램(한도 3조원)과 작년 9월 신설한 설비투자지원 프로그램(한도 3조원)을 중심으로 갈수록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지난해는 월평균 1678억원 규모로 증가했지만 올해 두달간은 월간 6024억원 규모로 늘었다. 설비투자지원은 작년말 3565억원에서 올해 2월말 1조779억원으로 7214억원 늘고, 기술형 창업지원은 같은 기간 1조8452억원에서 2조3558억원으로 5106억원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지원 프로그램은 한은 자금에 은행 자금을 얹혀 중소업체에 빌려주는 만큼, 실제 대출 취급액은 각각 4조원에 달한다.

     

    나머지 4개 중 무역금융지원(한도 1조5000억원), 신용대출지원(한도 1조원), 지방중소기업지원(5조9000억원) 프로그램은 이미 오래전 한도가 다 차 만기 도래 물량만 교체하는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영세자영업자지원(한도 5000억원)은 지원 대상인 '바꿔드림론'에 대해 캠코가 대출 심사를 강화한 탓에 2월말 대출 잔액이  959억원에 그쳤다.

     

    한은은 과거에도 금융중개지원대출의 한도를 2조∼3조원 남겨두고 한도를 확대한 바 있어 조만간 한도 조정이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한도 뿐만 아니라 엔저 피해 기업에 대한 대출 등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 도입이나 금리 인하까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왔다"며 "그러나 금융중개지원대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발권력을 동원하는 통화정책이어서 엄격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최근 경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듯이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특정 부문에 발권력을 동원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찬반이 뚜렷이 나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특정 영역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은 입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저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는 새로운 경제상황에서 세계적으로 다양한 통화정책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며 "금리를 낮춰도 소비나 투자가 살아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늘리는 게 오히려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