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글라스 사이즈 경쟁 압도적 우위...사실상 가격 후려치기 나설 듯발등에 불 떨어진 韓, "과감한 투자로 1위 수성해야"
  • ▲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중국이 TV제왕 한국을 먹어치울 기세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생산할 때 모체가 되는 글라스(Glass·마더글라스) 크기를 대폭 늘려 TV 단가를 떨어뜨리는 식으로 우리기업을 위협하고 나선 것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BOE는 현재 10.5세대(2940×3370㎜) LCD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이르면 2018년 초 제품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BOE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총 600억 위안(10조 5228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한다.

    10.5세대란 마더글라스의 가로, 세로 크기를 뜻한다. 삼성과 LG는 현재 10세대(가로 2.9M, 세로 3.1M)보다도 작은 가로 2.2M, 세로 2.5M의 8세대 마더글라스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광저우 공장에 8.5세대 공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세대를 구분하는 정확한 표준이 없다보니 업체마다 세대 표시법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LCD를 비롯한 TV 패널은 마더글라스라고 불리는 유리기판을 잘라 생산한다. 마더글라스가 커지면 TV 패널 생산 숫자가 늘어난다. 제품 단가를 낮추는 데 주요 원인이 되는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TV 생산 공정이 한 바퀴 돌 때 마더글라스가 클수록 한 번에 찍어낼 수 있는 패널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생산수율은 올라간다.

    BOE가 성공적으로 10.5세대를 통한 제품 양산체제를 구축한다면 8세대 이후 무려 7년여 만에 LCD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문제는 중국기업들이 높은 생산수율을 앞세워 판매단가를 후려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삼성과 LG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는 프리미엄급 TV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TV 가격 분류에서 특정 군에 대한 판매단가가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모든 TV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기업들이 당장 중국을 따라가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다. LCD 시장 자체가 정체기를 맞고 있는데다 마더글라스를 키우려면 막대한 투자비를 떠안아야 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 LCD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하락 곡선을 그어왔다.

    작년에 다소 반등하긴 했지만, 시장이 계속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마더글라스를 8세대에서 10세대급으로 전환하려면 수조원을 퍼부어 생산공장을 통째로 지어야 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10세대급 공장을 시행착오 없이 세우고 돌릴 수 있다고 자신하기엔 어려운 상태다.

    이와 달리 중국기업의 사정은 우리와 완전 딴 판이다. 중국정부의 든든한 후원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TV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대에 육박한다. 내수시장에서만 성공을 거둬도 10세대 전환에 따른 부작용 없이 연착륙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무이자로 TV와 관련한 투자금을 자국 기업에 빌려주는 등 다각도의 지원책을 펼치고 있어 중국기업들은 편하게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수년간 세계 TV 시장 1, 2위에 올라와 있지만 중국과의 기술력 격차는 불과 1년도 안 된다"면서 "주판알을 튕기다 주도권을 뺏기기 전에, 10세대로 넘어가거나 기술개발에 힘쓰는 등 과감한 투자를 통한 1위 굳히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최근 10.5세대 LCD 마더글라스를 운송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으며, 중국을 시작으로 연간 100여대 이상을 판매 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