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사장 "2018년까지 獨‧日 기업 꺾고 글로벌 넘버원 될것"
"WC300 과제, 결실 맺을 때까지 따뜻한 눈길로 봐달라"
저전압용 필름콘덴서도 점유율 4%로 세계 7위 우뚝
  • [수출 한류 역군 '월드클래스 300'] 외형은 작다. 하지만 열정과 포부만은 LG, SK, 삼성,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바로 '월드클래스(WC) 300' 기업들이다. 'WC 300'은 2017년까지 300개의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정부가 우수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WC 300'에 선정된 기업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글로벌 1등 기술력'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편집자주>

     

  • ▲ 성호전자가 연구개발 중인 전기자동차용 콘덴스 등이 진열돼 있다.
    ▲ 성호전자가 연구개발 중인 전기자동차용 콘덴스 등이 진열돼 있다.

     

    전자제품이라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부품이 있다. 바로 커패시터라고도 불리는 콘덴서다. 콘덴서는 용량이 적은 배터리라고 보면 된다. 전기를 축적하는 기능이 있어서다. 다만 저장 시간이 매우 짧다는 측면에서 배터리와 구분된다. 배터리가 아주 깊은 저수지라면 콘덴서는 물건을 잠시 쌓아두는 임시창고인 셈이다.

     

    콘덴서는 전기 축적 기능 이외에도 직류전류(DC)는 차단하고 교류전류(AC)는 통과시키는 기능을 한다. 전기적‧기계적인 이유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신호인 노이즈도 제거한다.

     

    이같은 콘덴서를 만드는 원리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방법이 공개돼 있어서다. 콘덴서는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전극판과 그 가운데 유전체(금속판과 금속판 사이에 전기를 담아둘 수 있는 물체)로 이뤄져 있다. 구조가 매우 간단하다.  

     

    용량은 유전율(ε)과 면적(s)을 곱하고 거리(d)를 나누면 수치화된다. 이중 전기를 얼마나 더 잘 축적할 수 있는 가를 나타내는 척도인 유전율은 유전체에 의해 결정되는 값이다.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결국 면적과 거리가 고품질의 콘덴서를 만드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두 도체 사이의 거리를 더 가깝게 만드는 것, 균일하게 면적을 넓히는 것이 고품질의 콘덴서를 만드는 기술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전자제품의 부품인 만큼 크기를 무한정 늘릴 수 없을 뿐 아니라 두 도체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파괴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알면서도 만들기는 힘던 이유다. 

     

    이런 이유로 허용 오차 범위를 줄이는 것이 고용량 콘덴서를 만드는 최고의 기술이다. 

     

    콘덴서는 유전체로 어떤 물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세라믹, 전해, 필름 등으로 종류가 나뉘는데 가전제품용 필름콘덴서 분야에선 성호전자가 다른 기업들에 비해 한 발 앞서 있다.

     

    필름콘덴서는 원통형으로 감아 제조한다. 온도가 변해도 용량이 바뀌지 않아 온도 특성이 좋고, 감는 횟수에 따라 고용량을 낼 수 있다. 다른 콘덴서에 비해 10배 정도 수명이 길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1973년 설립된 성호전자는 40여년의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디스플레이용 필름콘덴서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저전압용 필름콘덴서 시장에서도 점유율 4%를 차지하며 세계 7위를 달성했다.

     

  • ▲ 성호전자가 생산하고 있는 가전제품용 필름콘덴서.
    ▲ 성호전자가 생산하고 있는 가전제품용 필름콘덴서.

     

    이같은 성과는 성호전자가 원자재 관리, 공정 장비 개발, 대량 양산 체제 구축 등 모든 생산 공정을 내재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또 필름콘덴서는 미크론(1미크론은 1000분의 1㎜) 단위로 똑같은 힘을 줘 필름을 마는 것이 품질을 좌우하는 데 40여년의 기술력을 가진 성호전자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지속적인 가격 하락과 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 TV 시장의 함몰(陷沒)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실제 필름콘덴서의 가격은 최근 3년새 40% 가까이 떨어졌다. PDP TV 시장은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에 밀려 2011년을 정점으로 현재는 거의 사라졌다.  

     

    공장 규모는 예전 그대로인데 수요와 가격이 떨어지면서 성호전자는 다른 활로를 찾아나설 수 밖에 없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규모가 작은 가전제품용 필름콘덴서에서 벗어나 산업용으로 사업영업을 넓히는 것.  

     

    이를 위해 정부의 우수 중소·중견기업 지원 정책인 '월드클래스(WC) 300'에 가입했다. 다행히 정부의 심사 기준을 통과해 2012년 'WC 300'에 선정돼 22억원을 지원받았다. 여기에 자기자본 23억원을 더해 총 45억원을 ESS(에너지저장장치)와 전기자동차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산업용 필름콘덴서 개발에 투자했다. 

     

    그 결과 성호전자는 1차년도 개발 목표치는 무난히 이행했으며 현재는 '선진국의 70% 이상까지 기술력 향상'이란 2차년도 개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성호전자는 산업용 필름콘덴스 분야에서 2018년까지 선진 기업을 모두 따라잡고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비치고 있다.

     

    박영준 성호전자 사장 5問 5答

    "WC300 과제, 결실 맺을 때까지 따뜻한 눈길로 봐달라"

  • ▲ 성호전자가 생산하고 있는 가전제품용 필름콘덴서.

    Q1. 성호전자는?
    A) 1973년 설립됐으며 본사는 서울 금천구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 위해와 주해에 있는 생산공장에서 TV를 비롯한 디스플레이용 SMPS(전원공급장치)와 가전제품용 필름콘덴서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는 정부의 'WC300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산업용으로까지 사업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Q2. 가장 어려웠던 시기와 극복 비결은?
    A) 2009년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원을 넘었는 데 이후 매출이 매년 하락했다. PDP TV 시장이 축소된 탓이다. PDP TV 시장은 2011년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다 지금은 거의 제로상태가 됐다. PDP TV가 필름콘덴스를 많이 사용했는데….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가격도 떨어졌다. 100원짜리 제품이 10~20원 짜리로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삼성이나 LG에만 팔아도 충분했는데 더이상 그렇게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흑자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해외진출을 모색했다. 또 사업구조 개편도 단행했다. 2012년 말 중국 주해 법인의 SMPS 생산라인을 철수했다. 2013년 말에는 중국 위해 법인 콘덴서 라인을 주해 공장으로 통합했다. 또 2013년10월 성호전자 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엔 재작년보다 매출은 줄었지만 적자폭은 줄였다. 앞으로는 흑자를 낼 것이다.

     

    Q3. 성호전자의 강점은?
    A)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필름을 정착시키고 만들고 파워보드를 공급할 수 있는 전부 내재화한 회사다. 이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나름대로 높다. 중국같은 경우엔 콘덴스 업체들이 새로 꽤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래도 성호전자는 이들 기업과 경쟁해서 가격에선 밀리지 않는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은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40년 동안 콘덴스 사업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고스란히 설비에 녹아 있다. 콘덴스는 설비와 이를 다루는 사람들에 의해 정밀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40년의 노하우는 분명 성호전자의 강점이다.

     

    Q4. 정부 등에 바라는 점은?
    A) WC300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생산량은 늘었지만 매출은 굉장히 줄었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서는 '잘나갈 것 같아 골랐더니 그렇지 못하구나'하는 의구심을 품는 것 같다. WC300 기업은 항상 흑자가 나야하고 매년 성장해야 하는 데 2년여 동안 매출도 줄고하니까 보는 눈이 예전 같지 않다. '성호전자와 필름콘덴스 사업은 이제 끝난 거 아니야'하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사업재편 과정이다.

     

    산업 자체가 가전제품용 필름콘덴서 분야에서 ESS나 전기자동차 등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다. 그런 만큼 과제를 시작했으니 정부에서는 결실을 맺고 사업으로 연결돼 잘 되는 것까지 지켜봐 줬으며 좋겠다. 지원과 따뜻한 눈길을 계속해 유지해줬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년까지 과제를 완성하고 가장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보유해 신뢰성 있고 가장 성능이 좋은 제품을 선보여 일본 등 세계 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Q5. 비전과 목표는?
    A) 2016년 과제가 완성되면 이를 통해 얻은 기술들을 바탕으로 2~3년 안에 세계 선도그룹인 일본과 독일 기업을 따라잡아 세계 1등이 되는 것이 제1 목표다. 또 콘덴서 시장이 무한정으로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연관 산업인 SMPS로도 사업영역을 넓혀 나갈 것이다.

     

    현재 성호전자는 매출 1000억원대에 정체돼 있다. 하루 빨리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전기자동차가 활성화되면 전기차용 필름콘덴서를 생산할 성호전자도 그 만큼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 성호전자가 생산하고 있는 가전제품용 필름콘덴서.

     

     

    박영준 성호전자 사장은?

     

    1962년 2월생으로 서울공고와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1983년 삼성전자 DM(디지털미디어)연구소(구 종합연구소, 중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수석연구원을 거쳐 2003년 DM연구소 비디오 랩장(상무보)를 역임했다.

    이후 삼성전자 VD사업부 개발팀 선행개발그룹장(상무), 삼성SDI PDP사업부 개발팀 선행개발그룹장(상무), 삼성LED IT&C 개발팀장 겸 마케팅팀장,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자문역 등을 역임했다. 2013년10월 성호전자로 자리를 옮겨 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영준 성호전자 사장 선임 이후 성호전자는 전기자동차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콘덴서와 ESS 등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전기를 나눠 전달하기 위해 개폐기‧차단기 등이 설치된 파워보드(배전반)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