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자리를 내주겠다","매출은 신경쓰지 말라"···백화점 "유망한 신진디자이너 브랜드들의 홍보기회와 판로 제공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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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 업계가 고객유치를 위한 신규 브랜드 발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신진디자이너들의 팝업스토어 유치에 온힘을 쏟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의 신 마케팅 수단으로 뜨고 있는 팝업스토어는 백화점업계가 불황을 맞으면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참신하고 희소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신진디자이너 브랜드 및 이색적인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은 점포별로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을 넓히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치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신진디자이너들에게 입점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현대·롯데백화점의 경우 신진디자이너한테 "업체한테 좋은 자리를 제공해 주겠다"거나 비싼 수수료를 할인시켜주면서 "매출은 신경쓰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다.

    한 신진디자이너는 "백화점 측에서 다른 신진디자이너들에게는 30% 이상의 수수료를 받지만 내겐 25%로 절감해 주겠다더라"면서 "자리 혜택은 물론 타 브랜드들보다 앞세워 홍보해줄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디자이너는 "백화점들이 매출의 '난'을 겪으면서 우리를 홍보물로 내세우기 위해 부탁하는 분위기"라면서 "지원은 고맙지만 입점 제의는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입점 제의를 거절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마니아 고객층이 확보돼 있고, 백화점 밖에서 누리는 기회도 많아 굳이 비싼 수수료를 감당하면서까지 매장을 끌고 가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백화점 안에서 신진 디자이너들의 팝업스토어 입점은 줄을 잇고 있지만 정작 입점을 갈구하는 신진디자이너들은 많지 않다. 경쟁력 있는 소량의 아이템만을 전개·판매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백화점 내 입점한 여느 브랜드들처럼 아이템을 다량 생산할 수 없어 매출을 올리는데 한계 때문도 있지만, 날로 시장 진출의 기회가 많은 이들이 굳이 백화점 입점을 목표로 두지 않는다는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백화점과 신진디자이너들과의 사이는 '갑을'관계보단 '상생' 관계로 봐야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또 다른 신진디자이너는 "일반적인 보통의 브랜드들은 팝업스토어에서도 MD(매입부 바이어)가 일정금액의 '매출'을 언급해 부담을 주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신진디자이너들에겐 '갑'질을 벌인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며 "백화점들이 국내 유망브랜드들을 집중 발굴, 육성해 입점시킴으로써 고객수요도 흡수시키고 홍보를 통해 매출향상도 이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에 백화점 측은 신진디자이너들의 팝업스토어 입점 유치를 불황에 따른 '돌파구' 측면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 할인은 여느 백화점이나 합의를 보고 진행해 혹여 절감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는 유망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홍보기회와 판로를 제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주려는 '지원'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백화점이 매출 향상에만 급급했다면 오히려 명품을 싸게 풀었지, 신진디자이너들의 판매매출이 사실 얼마나 높겠느냐"며 "국내 패션시장의 발전에 앞장서고자 하는 노력 차원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