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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뉴데일리경제


"시민의 주도하에 도시를 재생하고, SH공사는 '공공 디벨로퍼'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지난 11일 SH공사는 '공공 디벨로퍼'를 자청하며 기업의 새 역할을 발표했다. 기존 뉴타운식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도심 내 방치된 지역을 '재생'시키고, 이 과정에 시민이 참여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함께 시유지 및 구유지를 제공하고, 민간의 투자를 유치시켜 수익을 나누겠다고 했다. 기존의 불도저식 개발 사업과는 다른 재생이라고 차별화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익성과 현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SH공사가 진행하겠다는 대상지가 민간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소규모 택지 혹은 낙후 지역이기 때문이다. 민간에서도 선뜻 나서지 않는 지역에 SH공사가 과감히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변창흠 SH공사 사장은 "SH공사가 사업에 끼어듦으로써 사업의 신뢰를 높이고, 안정성을 제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지역을 'SH공사'가 뛰어든다고 투자가치가 올라갈지는 미지수다. 서울시 관계자도 수익성 부분에 대해서는 확답을 못 했다. 특히 구체적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토착민들 삶의 터전을 잃지 않게 하겠다", "산업 유산을 재정비해서 활성화 시키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이어갔다.

또 시민들의 참여방식에도 "민·관 주도 개발 방식에 대한 반성으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시민 참여가 이뤄지는지 답하지 못했다. 

이런 불투명한 사업을 SH공사가 미래전략으로 내세운 데는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이 이면에 있다. SH공사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으로 서울시가 그린 밑그림을 시행하는 입장이다. 이에 시의 방향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새로 부임한 변창흠 사장이 '혁신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실체 없는 무리한 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물론 서울시의 말처럼 개발과 재생에 수익성만 따질 순 없다. SH공사는 공기업인 만큼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공적 역할의 짐을 SH공사에만 지우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사업의 뚜렷한 그림도 없이 말이다. 

공기업인 SH공사는 서울시와 달리 수익창출을 이뤄내야 한다. 어떤 기업도 수익을 담보하지 않는 위험한 사업에 섣불리 투자하지는 않는다. 특히 부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투자는 구체적인 계획과 철저한 리스크관리가 필수다. 

현재 SH공사는 17조 1490억 원을 빚지고 있다. 이는 부채비율 273%로 26개 중점관리지방공기업 부채총액의 34%를 차지한다. 회사의 미래를 걸고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 투자가 생각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빚은 고스란히 SH공사의 부채가 될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시점에 서울시가 재생사업의 부담을 SH공사에 무리하게 지우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