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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가계의 여윳돈이 90조원을 넘어섰다. 경기가 언제 풀릴지 모르고 노후 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14년 중 자금순환'에 따르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91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3000억원 늘었다.

     

    잉여자금은 예금·보험·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것으로, 이 자금이 늘었다는 것은 가계가 쓰지 않고 쌓아둔 돈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가계의 잉여자금은 지난 2012년 77조6000억원, 2013년 87조4000억원 등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육박하고 노후 대비가 불확실해 움츠러든 소비가 잉여자금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계의 씀씀이를 보여주는 평균 소비성향은 지난해 72.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이라면 72만9000원만 썼다는 얘기다. 이에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1.7%)도 2009년(0.2%) 이후 가장 낮아졌다.

     

    가계는 소비를 줄이면서 동시에 빚을 늘렸다. 주택 거래 증가와 전셋값 상승에 따른 관련 대출이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지난해 75조4000억원으로 1년 새 10조3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만기가 1년이 넘는 은행 장기차입금이 32조8000억원에서 51조1000억원으로 18조3000억원 급증했다. 전세자금 대출, 자영업자 대출 등이 포함되는 1년 이하의 은행 단기차입급도 4조4000억원에서 13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가계빚 때문에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졌음에도 월급은 '찔끔'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3%였다. 


    다행히 가계의 금융부채는 금융자산의 절반이 안 된다. 지난해 말 현재 금융자산은 2885조8000억원으로 금융부채(1295조원)보다 2.23배 많았다. 금융자산 대비 부채의 비중은 2013년 2.19배에서 소폭 개선됐다.

     

    기업(비금융법인)은 매출이 부진한 탓에 자금 부족 규모가 2013년 3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33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금융회사를 제외한 국내 기업이 조달한 자금(빌린 돈)은 101조5000억원으로 전년의 117조2000억원보다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기업의 자금 운용(굴린 돈)은 68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7조3000억원 줄었다.

     

    문소상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기업의 설비투자가 2013년 -0.5%에서 2014년 5.9%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되지는 못하고 있다"며 "2008년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는 74조원(93 SNA기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햔편 정부의 잉여자금 규모는 2013년 18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8조1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