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공사(KIC)가 미국 프로야구(MLB) 구단인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국가로부터 외환보유액 등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국부펀드가 스포츠 구단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인데다, 이번 건의 경우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어 실제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KIC는 현 구단주인 구겐하임 파트너스로부터 다저스 주식 일부를 유상증자 방식으로 사들이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저스는 현재 투수 류현진(28) 선수가 몸담고 있는 구단이며, 1990년대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가 활약한 바 있어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계약이 성사되면 KIC는 다저스 총 지분의 약 19%를 보유하게 돼 공동구단주가 되며, 이에 드는 비용은 4000억원 이상으로 전해졌다. KIC가 사들이는 지분의 가치는 지난 2012년 구겐하임이 다저스를 사들일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산출됐다.
KIC는 구겐하임으로부터 입장권 판매와 중계권 등 각종 미디어 계약에 대한 수익권을 일부 양도받고, 연간 최소 3%의 수익률을 보장받기로 하는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홍철 사장은 작년 말 대형 스포츠구단 투자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에 KIC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풋볼(NFL) 등의 여러 팀을 두고 고심한 끝에 다저스와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홍철 사장은 지난 1월 직접 다저스 구장을 방문하는 등 이번 투자에 의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KIC는 한 스포츠 투자 관련 자문사를 통해 다저스 투자를 검토하고 나서 지난달 KIC는 내부적으로 심의회의를 열고 지분인수를 본격 추진키로 의결했다.
상대방인 구겐하임 측과는 큰 이견 없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전날인 29일 투자·리스크 담당자 5∼6명을 미국 LA로 보내 현지 자문인력과 함께 본 실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투자의 수익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다저스 매출은 소폭 증가세이지만, 에이스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27)와 계약으로 연간 3000만 달러(약 324억원) 이상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데다, 2000억원대 스타디움 개보수 비용 부담까지 겹쳐 지난 수년간 적자에 빠진 상태다.
또 계약 조건에 따르면 KIC는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어 구단 운영에 관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부펀드로써 채권이나 주식 등 전통적인 분야가 아닌 대체 투자를 추진할 때는 10∼15% 정도 수익은 기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재무적 투자자는 스포츠 구단에 손을 대지 않는다"며 "다저스 건의 경우 협상 내용만 놓고 본다면 앞으로 상당기간 적자가 예상되며, 최소 3% 수익 외에는 통계적인 위험이 너무 많은 의아한 투자"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선임연구위원은 "KIC 같은 국부펀드는 연기금 등과 달리 자금 만기가 없어 장기투자가 가능, 시장 평균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