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된 통화정책으로 중앙은행 신뢰 쌓고, 시장과 원활한 소통할 것

  • "앞의 시야가 흐려서 표지판을 제대로 못보고 신호를 조금 늦게 켰을지 몰라도,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지는 않았다"

    내달 1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기자간담회를 매듭지으며 이같이 밝혔다. 취임 후 총 3차례의 '깜짝 금리 인하'에서 비롯된 '소통 부족'에 대한 지적이 계속된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소통에 대한 비판이 가장 아팠다"며 그간 제기됐던 소통 실패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총재로 취임 후 소통에 있어서만큼은 잘 해내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유독 소통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소통을 위해서는 '일관된 통화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총재는 "원활한 소통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되고, 결국 중앙은행이 일관성있게 통화정책을 운영할 때 신뢰가 쌓일 것"이라며 "중앙은행은 경제전망을 기초해서 정책신호를 보내는 데, 시그널(신호)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정책결정을 내리는 구조로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리인하 이후 외부 압력, 한국은행의 독립성 훼손 등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주열 총재는 "외부 인사의 발언으로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의심받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중립성을 높이고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 협조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한국은행의 권위 강화는 한국은행이 일관성있게 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누적돼 신뢰가 쌓일 때 가능하다고 본다"며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러한 자세를 확실히 갖고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기준금리 결정, 가계부채보다 성장·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 우선시"

    이주열 총재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1.75%로 인하한 배경에 대해 '선제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장모멘텀을 강화하고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전망 숫자를 발표하기 전이라도 추가적으로 (금리인하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제성장률과 물가가 애초의 성장경로를 하회해 가계부채 리스크보다 이에 대응할 필요성이 더 컸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했다는 뜻. 

    다만 현 경제상황이 디플레이션이나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으며 회복세 전망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주열 총재는 "유가를 제외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2%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물가가 광범위하게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향후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는 가계부채보다 성장과 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3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등 금융안정 부분의 부작용을 충분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금리 조정에 있어 득과 실을 비교해가면서 최선의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리인하 효과 여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주열 총재는 "경제구조변화, 파급경로변화 등에 따른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통화정책 효과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 "美 연방준비위원회(Fed) '금리인상 시기' 상정해 정책 운용할 것"

    이주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의 금리인상 시기를 두고 후반기(9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물론 6월 인상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 Fed가 금리인상 시점을 '후반기(late this year)경' 이라고 한것이 유일한 의사표명이 아닌가 싶다"며 "Fed의 통화정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필요가 있고, 지표의 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주열 총재는 "이를 경우 (미국 금리 인상 시점으로) 6월을 배제 못하지만 9월쯤으로 받아들이는게 일반적"이라며 "한국은행도 6월과 9월을 모두 다 상정해서 정책을 운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주열 총재는 "국제금리의 향배가 통화정책, 특히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것만 가지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 Fed가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같은 시점에 따라 올리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