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의도 증권가 ⓒ뉴데일리경제 DB
    ▲ 여의도 증권가 ⓒ뉴데일리경제 DB

    잦은 이직과 구조조정 여파로 증권사들의 근속연수는 타 업종에 비해 짧은 가운데, 10년 이상의 평균 근속연수를 자랑하는 회사들도 눈에 띈다.

     

    막강한 노동조합의 힘을 자랑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가운데 현대증권의 근속연수는 11년 9개월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이 10년 6개월로 2위였고 신한금융투자(10년 5개월), 대신증권(10년 3개월), KDB대우증권(10년)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높은 근속연수를 자랑하는 증권사들의 경우 회사의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등과 관련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노조가 운영되고 있는 곳이 많다.

     

    근속연수 1위를 기록한 현대증권의 경우 여의도의 대표적 강성노조로 꼽혀왔다.

     

    현대증권의 전임 노조집행부의 경우 현대증권뿐 아니라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에서도 큰 목소리를 내왔으며 임기 중 사측을 상대로 20여건의 고소 및 고발을 제기했다.

     

    지난 2월에는 일본계 오릭스 PE가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고용 안정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매각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또 오릭스에 인수된 뒤에도 고용안정협약을 갱신하고 추가 구조조정에 나서지 말 것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현대증권 노조는 지난해 말 새로운 노조집행부가 출범하면서 강성의 이미지를 벗고 회사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증권과 함께 근속연수 10년을 넘긴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우증권, 대신증권도 모두 노조가 구성돼 있다.

     

    대신증권의 경우 지난해 창립 53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 출현에 이어 또 다른 노조가 잇따라 출범했다. '한지붕 내의 두 노조'가 각자의 방식대로 사측에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업계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매각 카드를 만지고 있는 대우증권의 경우도 노조가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산은금융지주가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절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구조조정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증권 노조 측은 지난해 홍성국 사장 선임 이전 사장 선임이 두 차례나 연기된 것을 두고, 산은지주와 정부가 더 이상 경영간섭을 하지 말아달라는 뜻으로 본사 앞에 컨테이너와 현수막을 설치하고 투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노조는 경영 자주성과 함께 직원들의 고용 안정 확보를 목적으로 투쟁을 진행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절대적인 고용보장의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고용안정에 높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최근 근속연수 증가세를 단순히 노조의 영향력 만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구조조정 당시 희망퇴직 대상을 근속 연차에 관계 없이 전 사원으로 확대했고,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 기존에 남아 있던 직원들의 근속연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에만 대신증권, HMC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등 4곳에서 노조가 설립됐다. 이들 노조는 모두 회사가 불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임에 따라, 직원들이 노조를 통한 권리찾기를 목적으로 설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