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고섬사태'가 발생한 이후 약 4년이 지난 지금 국내 증권사들의 중국 업체 모시기가 한창이다. 반면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대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어 증권사들이 쓴 입맛을 다시고 있는 모양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곳 가량의 중국 기업이 국내 증권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며 한국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상장을 추진하는 중국 기업 가운데 한상기업인 웨이나화장품은 삼성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고, 케이블 제조업체인 통얼다케이블과 가구업체 패션아츠는 모두 NH투자증권과 계약을 맺고 국내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사명 변경 이후 중화권 대표 증권사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유안타증권은 농업용 기계 업체인 골든센츄리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처럼 '중국 고섬공고유한회사(중국 고섬) 사태' 이후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중국 기업들이 국내 증시의 문을 두드림에 따라 증권사들도 조심스럽게 발을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고섬사태란 지난 2011년 3월 중국 고섬이 국내 증시에 상장한지 2달 만에 회계 부실로 거래가 정지됐고, 이후 결국 상장폐지돼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사건을 말한다. 이로 인해 타 중국기업들 역시 고섬사태로 인해 한동안 '차이나 디스카운트'에 시달렸다.

     

    하지만 최근 중국 증시가 상장 수요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거래소 역시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 유치에 힘을 쏟으며 중국 기업들이 국내 증시 입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중국 기업들의 상장 문의가 1~2주에 한번 꼴로 들어오고 있다"며 "중국 기업이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하면 기업 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이 중국 기업에 대해 상장 주관사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사이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오히려 해외 증시로 진출을 노리고 있어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국내 증시 입성을 추진할 경우 '기업공개(IPO) 대어'로 평가받을 수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옐로모바일, 쿠팡 등은 나란히 해외 증시를 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국내보다는 미국이나 일본 증시 진출이 대규모 자금조달에 용이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에서는 이들 기업으로 부터 뒷통수를 맞았다는 볼멘 소리도 내고 있다.

     

    주관사를 선정한 상태에서 자신들의 몸 값만 알아보거나 부풀린 이후 해외 상장을 결정해 증권사들은 기업만 좋은 일을 시킨 격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한 벤처기업인 옐로모바일은 10조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확보한 이후 이를 토대로 해외 증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대어'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도 NH투자증권과 대우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이 주관사 자리를 노렸지만 이들 역시 국내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주관사 유치를 위해 관련 업무에 착수해 진행했지만, 기업이 마음을 바꿔 해외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의 업무에 대해 수수료를 청구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간보기'만 한 이후 발을 빼는 기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주관사 최종낙점을 위해 쏟았던 수고를 증권사들이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은 없다. 도의적인 부분에서는 서운한 감정을 보일 수는 있지만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여지도 없는 것.

     

    일각에서는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한 증권사들의 무책임한 밸류에이션 추정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어급 업체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증권사들은 공격적으로 밸류에이션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무리한 베팅은 결국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