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차도로 선체 옮기는 데 이견…업체 추가 기술검토 불가피해 정부 TF 무용론도 제기
  • ▲ 세월호 침몰 당시 모습.ⓒ연합뉴스
    ▲ 세월호 침몰 당시 모습.ⓒ연합뉴스


    세월호 인양 방식과 관련해 정부와 유가족이 미묘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어 의견수렴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해상크레인과 플로팅 독을 조합해 선체를 통째로 인양하는 큰 틀에서는 의견이 같지만, 선체를 맹골수도보다 유속이 느린 동거차도 인근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정작 세월호 인양 결정 이후 최종 인양방식은 인양업체가 결정할 수밖에 없어 정부의 기술검토 무용론과 함께 정부가 이중삼중의 기술검토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해양수산부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특별조사단(TF)은 지난 10일 인양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검토한 결과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기술검토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TF에서 제안한 방법은 수심 44m 아래에 있는 세월호를 바로 세우지 않고 누워있는 상태로 통째로 들어 올리는 것이다. 우선 선체 측면에 93개의 구멍을 뚫어 와이어를 선체 내부의 튼튼한 구조물에 연결한 뒤 1만t과 8000t 2대의 해상크레인으로 들어 올린 다음 'U'자형의 플로팅 독에 세월호를 올려 플로팅 독을 부양하는 방식이다.


    플로팅 독은 안에 물을 채우면 가라앉고 물을 빼면 떠오르게 만든 바지선 형태의 구조물이다. 원래 배 조각을 플로팅 독으로 가져와 해상에서 조립한 뒤 별도의 진수 절차 없이 바로 물 위에 띄우려고 고안됐지만, 침몰한 배 인양에도 활용되고 있다.


    TF는 해상크레인+플로팅 독 방식을 통해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2가지 인양방법을 제시했다. 제1안은 세월호 침몰 위치에서 바로 선체를 들어 올려 플로팅 독에 싣는 것이고 제2안은 해상크레인으로 우선 세월호를 3m쯤 들어 올려 유속이 느리고 수중 시야가 좋은 수심 30m 지점으로 옮긴 후 플로팅 독에 싣는 방법이다. 제2안은 해상크레인이 선체를 들어 올려 수심이 얕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반복적으로 선체를 해저면에서 3m 높이로 들어 올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TF팀장인 이규열 서울대 명예교수는 "제1안은 선체추락 때 파손 위험이 크다는 점, 제2안은 수중이동 때 크레인과 선체의 자세 불균형 문제 등 모두 나름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다만 침몰 위치에서 그대로 인양하면 20m쯤 들어올려야 하는데 예측지 못한 사고로 선체가 추락하면 3m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보다 선체 파손 우려가 크므로 수심이 얕은 쪽으로 옮기는 게 최우선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유가족도 TF가 발표한 해상크레인+플로팅 독 방식이 최적의 안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TF는 제2안을 상책으로 꼽는 반면 유가족은 자체 전문가 자문 등을 근거로 제1안이 최적안이라는 견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모임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인 정성욱씨는 "정부는 발표 이전부터 세월호를 맹골수도보다 유속이 느린 동거차도 인근(침몰 위치에서 북쪽으로 2.5㎞ 지점)으로 옮겨 인양하는 방법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인양업체나 관련 전문가들은 선체를 조류가 약한 곳으로 끌고 가는 게 더 위험하고 시간과 비용도 더 든다는 견해"라고 밝혔다.


    정씨는 "(정부 안대로) 와이어를 걸어서 들어 올리면 선체 내 방들이 붕괴할 수 있어 위험하다"며 "자체적으로 전문가를 통해 알아본 결과 정부가 말하는 인양 방법보다 더 안전한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유가족이 정부 기술검토안에 대해 반대하며 불신하는 모양새여서 유가족과 TF 외 전문가 여론 수렴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TF 제시안이 확정된 인양방법이 아니다 보니 일각에서는 TF 기술검토 무용론마저 대두하는 실정이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유가족의 인양방법 이견에 대해 "TF 제시안이 최종 결정된 인양방법은 아니다"며 "TF가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검토를 한 만큼 업체가 인양 설계하는 일정이 단축될 수 있고 인양업체가 참고도 하겠지만, 인양방식은 어디까지나 인양업체가 최종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양업체가 선정되면 인양설계를 위해 또 다시 자체적인 기술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시간 끌기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준권 해수부 항만국장은 기술검토 발표 때 "통상적으로 인양업체 선정에 1~2개월, 업체의 인양설계에 2~3개월이 걸린다"며 "이르면 3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쳐 9월부터는 침몰 현장에서 본격적인 인양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지만, 일정을 한두 달 서둘러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차분히 준비해 안전하게 진행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업체 선정에 2개월, 인양설계에 3개월 등 앞으로 5개월은 더 있어야 인양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씨는 "인양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정부는 이미 컴퓨터 모의시험 등 선체 인양을 위한 기술적 검토를 마쳤지만, 발표를 미뤄왔고 이번에 발표한 내용도 지난해 4월 영국 해양구난업체가 컨설팅했던 내용과 다르지 않다"며 "이달 있을 4·29 재·보선과 내년 총선에서 세월호가 정치적 이슈로 급부상하는 것을 꺼리는 정치적 계산이 기술검토 발표나 인양 결정 지연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