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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기업에서 새로운 서비스 방식을 선보일 때마다 치르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 있다. 국내유일·업계최초 등과 같이 한 사업자만 사용할 수 있는 용어다.
하지만 한 소셜커머스 업체가 최근 새로운 서비스를 내놨다는 이유만으로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거리낌 없이 남발해 소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자사의 서비스가 진짜 최초인 양 떠벌렸지만 동종업계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서비스로 운영돼왔기 때문이다.
소셜커머스 업계 3강 구도(쿠팡·위메프·티몬)에서 '꼴찌'를 달리고 있는 티몬은 3일 안에 배송이 이뤄지지 않으면 고객에게 하루에 1000원씩 보상금을 지급하는 '배송지연 자동보상제'를 시행한다고 9일 밝혔다.
당시 티몬 측은 별도의 신청 없이 자동으로 적립되고, 최대 지급금액의 제한이 없다는 점이 타사와 차별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선 이 서비스는 국내 온라인커머스 업계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티몬이 그토록 내세운 업계 최초 배송지연 자동보상제는 이미 위메프에서 2년 전부터 실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메프 외에도 쿠팡 역시 출고가 지연된 경우 일정 기준에 따라 적립금을 제공하고 상품을 환불해 주는 보상제를 적용하고 있었으며 11번가도 지연 일수에 따라 마일리지와 쿠폰을 제공하고 있었다. 서비스 기준은 조금씩 상이하지만 모두 보상금 지급액의 상한선을 두고 있다는 공통점 만큼은 분명했다.
하지만 티몬은 하루에 1000원씩 보상하며 지급기한을 정해놓지 않은 '무제한 보상'에 초점을 두고 있어 '업계 최초'가 맞다는 입장이다. 몇 달 혹은 몇 년 씩 배송이 되지 않은 경우는 배송 사고로 소비자에게 '환불'을 해주는 것이 맞지 않나. 몇 년이 지나도 지연일수 만큼 보상을 해준 다는 티몬의 운영방침은 굉장히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름 앞에 '최초'타이틀을 얻기 위해 너무 억지를 쓴 모양새같다.
심지어 업계에서도 "최초를 쓰기 위해 급하게 만들어낸 말장난"이라며 "업계최초 타이틀 자평에 지극히 눈물겹다"는 반응이다.
티몬의 이 처럼 어리숙한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티몬은 올 해 초 위메프의 '채용 논란'사건을 빗대며 '갑질 기획전'을 펼쳐와 '더티 플레이' 기업이라는 대중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마케팅 경쟁'에만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티몬은 아랑곳 하지 않고 기업 홍보만에만 목을 메는 눈치였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반복되면 소비자는 해당 회사의 의견을 무시하게되며, 그 회사의 충성도·신뢰도가 낮아지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나 보다.
이처럼 현실성이 떨어지는 '무리수 마케팅'을 벌인 데는 경쟁사 중 배송서비스에서 월등히 앞서 있는 쿠팡을 의식해, 자사 서비스 띄우기에 급급해한 결과로 분석된다.
1위 기업이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이 고객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좋은 서비스, 더 나은 상품을 선보이려는 본원적인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단순한 사안을 위해 더 큰 것을 희생시킨 것은 아닌지 티몬은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