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특별법 시행령 수정안 발표…조사1과장 민간 배정은 수용 안 해
  • ▲ 브리핑하는 김영석 해수부 차관.ⓒ연합뉴스
    ▲ 브리핑하는 김영석 해수부 차관.ⓒ연합뉴스


    독립성 훼손 논란에 불을 지폈던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령의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진상규명 업무 범위에 '조사' 업무가 별도로 명시됐다.


    각 부서의 업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은 명칭이 행정지원실장으로 바뀌고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파견도 배제됐다.


    해수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을 29일 발표했다. 해수부는 특조위의 수정요구 10건 중 정원확대·공무원 비율 축소·해수부와 국민안전처 파견자 최소화 등 7건은 수용했지만, 조사1과장의 민간 배정·소위원장의 담당 국 지휘·감독 등 3건은 반영하지 않았다.


    김영석 해수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특조위 등에서 입법안의 전면 철회를 주장하고 있으나 특별법에 따른 특조위 활동기간이 최장 1년6개월로 정해진 상황에서 특별법 시행 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 조직구성이 시급하다"며 "시행령 제정을 원점에서 재추진하면 혼선이 초래되는 만큼 애초 취지와 달리 해석되거나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시행령을 수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우선 진상규명의 범위를 '정부조사 결과·자료의 분석 및 조사'로 한정해 특조위를 허수아비로 만든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과 추가적인 조사를 구분하기로 했다. 조사1과장은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과 원인 규명에 관한 조사, 조사2과장은 정부조사 자료의 분석과 구조구난 작업에 대한 조사로 업무를 각각 명확히 했다.


    특조위 정원을 축소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우선 90명으로 특조위가 출범하되 시행령 시행 6개월이 지나면 별도의 개정 절차 없이 특조위 설립준비단이 요구한 120명으로 확대되도록 수정했다. 정부 시행령에는 정원이 120명으로 돼 있지만, 특조위가 출범할 때 90명으로 시작한 뒤 정원을 확대하려면 조직진단 등을 거쳐 시행령을 개정하도록 해 정원 확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파견공무원 비율은 49%에서 특조위안대로 42%로 낮추기로 했다. 특조위는 민간 대 공무원 비율을 58:42(70명:50명)로 제안했지만, 정부는 이를 51:49(43명:42명)로 조정했다. 관계기관 간 원활한 협의를 위해 파견공무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특조위는 공무원 비율이 높아 특조위의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의견이었다.


    조사 대상인 해수부의 파견공무원 비율은 애초 특조위안인 32%보다도 낮은 22%로 조정했다. 조사대상분야와 직접 관련 있는 공무원은 아예 파견대상에서 빠지도록 했다. 해수부는 특조위 진상규명 활동에 해양·선박, 안전 관련 업무가 많아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파견공무원 중 해수부 직원의 비율을 40%로 잡았다. 특조위는 조사대상 부처의 직원이 지나치게 많아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견해였다.


    실무를 담당하는 6·7급 중 파견공무원이 6급에 주로 배치돼 인력배치가 공무원 위주로 짜졌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선 민간 인력을 기존 5명에서 13명으로 늘렸다.


    특히 해수부 직원을 기획조정실장으로 보내 주요 업무를 통제하려 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직위 명칭과 업무내용을 변경했다. 기획조정실장은 행정지원실장으로, 기획총괄담당관은 기획행정담당관으로 명칭을 바꿨다. 업무도 기획·조정에서 협의·조정으로 변경했다. 또, 공무원도 해수부가 아니라 국무조정실과 행정자치부 또는 기획재정부에서 보내도록 수정했다.


    이 밖에도 피해자지원점검과 업무에 피해자지원 실태조사가 포함됐다.


    그러나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에 관한 조사와 특검요청 등의 업무를 보는 조사1과장을 민간이 아닌 공무원이 맡도록 시행령안을 유지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특조위는 조사1과장과 1과장을 지휘·감독하는 진상규명국장을 모두 민간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파견공무원은 특조위 심사 등을 통해 임명되고 지휘·감독을 받는 만큼 독단적인 업무수행이 곤란하다"며 "조사1과장은 수사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공무원(검찰수사서기관)이 맡아야 균형된 시각에서 조사업무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특조위가 요구한 각 소위원장의 진상규명국·안전사회국 등에 대한 지휘·감독에 대해서도 수용하지 않았다.


    김 차관은 "사무처는 특별법에 따라 사무처장의 지휘·감독을 받게 돼 있는데 소위원회가 관련 국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것은 특별법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정부조직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안전사회 건설과 재해·재난 예방을 위한 대책 수립의 범위가 세월호 참사로 한정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특별법 취지에 따라 한정할 필요가 있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재해·재난 예방에 관한 사항을 광범위하게 해석할 경우 국민안전처 등 다른 부처의 고유업무와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수부는 30일 차관회의와 다음 달 4일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령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