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 1년 새 10%p 상승하며 37% 돌파중동 전쟁 계기 에너지 안보 위한 수입선 다변화 조치 결과중질유 최적화된 국내 석화 설비, 미국산 경질유 확대에 한계"에너지 탈중동 위해선 정부 차원 설비 투자 지원 필요" 지적
  • ▲ 한국석유공사 서산비축기지. (사진=한국석유공사 제공) ⓒ전성무 기자
    ▲ 한국석유공사 서산비축기지. (사진=한국석유공사 제공) ⓒ전성무 기자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장기간 봉쇄되면서 지난달 비(非)중동산 원유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30.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산 원유 수입이 같은 기간 75.8% 폭증했다.

    정부가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중동 의존도를 줄이기로 하고, 민간 정유사들이 대체 원유를 적극 수입한 결과다. 그러나 국내 석유화학 산업 설비는 중동산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어 비중동산 경질유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향후 정부가 석화 구조개편에서 설비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한 전체 원유 가운데 비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37.1%로 전년보다 10%포인트(p) 늘어났다. 이는 비중동산 원유 수입액이 22억47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0.1% 급증한 영향이다. 다만, 전체 원유 수입액은 같은 기간 59억5281만달러로 5.3% 줄었다. 

    눈에 띄는 점은 미국산 원유 수입이 전년 대비 75.8% 늘어난 13억7804만달러에 달했다는 것이다. 호주와 말레이시아산 수입도 각각 44.7%, 140% 급증했다.

    반면 중동산 비중은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7개국에서 수입한 원유는 37억4812만달러로 전년 대비 18.3% 감소했다. 이에 따라 3월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62.9%로 떨어졌다. 올해 2월까지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약 70%에 달했다. 

    문제는 국내 석화 설비는 중동산 중질유에 최적화 돼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중동에서 들여온 중질유를 정제 설비에 투입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질유는 점도가 높고 황 함량이 많아 그대로는 활용도가 낮지만, 상압·감압증류 공정에서 끓는점 차이에 따라 나프타·등유·경유 등으로 1차 분리된 뒤, 잔사유는 유동접촉분해공정(FCC)이나 수첨분해공정(Hydrocracking) 등 고도화 설비를 거치며 추가로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불순물인 황을 제거하는 탈황공정도 병행돼 환경 규제 기준을 충족시키며, 최종적으로 휘발유·항공유·경유 등 경질 제품 비중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미국산을 비롯한 비중동산 경질유는 한국 석유화학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질유는 이미 가벼운 성분 비중이 높아 나프타 등 기초유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추가 수율이 제한적인 데다, 중질유처럼 고도화 설비를 통해 부가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여지가 작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정유·석화 업계가 대규모로 구축해온 FCC, 수첨분해 등 잔사유 처리 중심의 고도화 설비는 중질유 투입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경질유를 사용할 경우 설비 활용도가 떨어져 경제성이 악화될 수 있다. 여기에 미국산 원유는 장거리 운송에 따른 물류비 부담과 함께 계약 구조상 가격 변동성도 커 원가 관리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결국 우리나라가 에너지 탈중동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설비 전환이 필수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설비 축소에 초점이 맞춰진 석화 구조개편 작업에 설비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석유화학 구조개편 로드맵을 발표하며 270~370만t 범위의 설비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370만t은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의 약 25%에 해당한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탈중동화를 하려면 설비 감축과 함께 설비 전환도 병행돼야 한다"며 "정부가 금융, 세제 등 지원을 확대해 정유사가 설비 전환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