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불꽃 법정공방 예고
  • ▲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1층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는 양측 소송당사자와 대리인들.ⓒ연합뉴스 제공
    ▲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1층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는 양측 소송당사자와 대리인들.ⓒ연합뉴스 제공


    소송액 5조 원에 달하는 한국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작됐다.

    이날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열린 첫 심리는 양측 당사자와 법률 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국 정부는 국내 로펌 태평양과 미국 로펌 아널드 앤드 포터를, 론스타는 국내 로펌 세종과 미국 로펌 시들리 오스틴을 각각 소송대리인으로 지정했다. 1차 심리는 오는 24일까지 진행되고, 6월 29일부터 10일간 2차 심리가 열린다. 

    이번 1차 심리에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 과정에 관여했던 전직 고위 관료들이 증인으로 나선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김석동 금융위원장·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위원장 등 26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론스타는 우리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늦추면서 지난 2009년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인수를 포기했고 이 때문에 2조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덧붙여 역삼동의 스타타워 등 자산를 매각해서 얻은 차익에 대한 과세도 정부가 투자보호를 약속한 벨기에의 자회사를 통해 거래한 만큼 부당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불법 행위와 관련한 사법 절차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승인 지연은 정당하며, 론스타가 거래했다고 설명하는 벨기에 자회사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여서 한국-벨기에 투자협정(BIT)의 면세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 한국과 론스타의 지긋지긋한 '악연'…언제부터 시작됐나?

    한국과 론스타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3년부터다.

    정부는 그 당시 현대건설· 현대전자 등의 부실채권 등으로 현대그룹의 주거래은행이었던 외환은행이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자회사인 외환카드도 카드대란 직후 부실카드사 명단에 오르자 이를 정상화할 목적으로 은행에 투자할 해외 자본을 물색했다. 

    앞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정부는 어려움에 처한 외환은행을 살리기 위해 독일 코메르츠은행과 함께 1조 220억 규모의 유상증자(주식을 발행해 회사의 자본금을 증가시키는 것)를 단행했다. 

    하지만 2003년 외환은행이 다시 부실화되자 정부는 공적 자금 재투입에 부담을 느꼈고, 결국 1조 3834억의 인수가액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겼다.

    이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여부와 함께 정부가 외환은행 조기 매각을 서두르는 바람에 헐값에 팔았다는 논란이 계속 제기됐으며,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배임 사건과 외환은행-카드 합병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됐다.

    이에 더해 가혹한 구조조정과 고배당 등으로 이익을 챙긴 론스타가 인수 2년여만에 외환은행 매각을 시도해  '먹튀' 의혹에 불을 붙였다.   
     
    ◇ 론스타 "한국 정부 때문에 외환은행 매각 늦어져 손해봤다"

    론스타는 계속해서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했고, 지난 2007년 9월 영국계 은행인 HSBC와 '5조9376억원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외환은행 매각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 전에 재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며 인수 승인을 유보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HSBC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외환은행 매각이 무산됐다.

    결국 2012년 1월 론스타는 3조 9157억원을 받고 하나금융지주에 지분을 넘겼는데, 정부가 인수 승인을 내주지 않아 매각이 미뤄져 2조 가량의 손해를 보게 됐다며 정부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또한 론스타는 역삼동 스타타워 등에 대한 투자수익에 대해 정부가 과세한 것도 '한국과 벨기에 양국 기업이 상호 국가에 투자한 경우 세금을 면제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BIT를 근거로 부당한 과세임을 주장하고 있다.   
      
    ◇ 정부 "모든 절차 합법적…론스타 주장 근거 없어" 

    정부는 외환은행 재매각 승인에 시일이 걸린 것은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배임 사건과 외환은행-카드 합병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섣불리 승인해 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론스타가 주장하고 있는 스타타워 등에 대한 부당과세 부분도 벨기에 자회사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해 BIT의 적용을 받지 않는 만큼 세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법무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기획재정부 등 6개 유관 정부부처 팀장급 실무자들로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소송에 임하고 있다

    합동대응팀을 이끄는 김철수 법무부 국제법무과장은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대응해왔다"면서 "심리 첫날에 기선을 제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