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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호암상 25주년 시상식을 직접 챙겼다.
이 부회장은 1일 오후 3시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장을 찾았다. 이건희 회장이 맡아 온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은 물려받은 뒤 첫 행사로 100여명의 취재진이 장사진을 이뤘다. 하지만 행사장 로비 대신 별도 통로를 통해 들어가 취재진의 눈을 피했다.
삼성 관계자는 "호암상 시상식인 만큼 수상자들에게 관심이 더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별도 통로로 (이 부회장이) 입장하게 됐다"면서 "격려사나 축사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축하하는 의미에서 시상식에 참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짙은 회색 줄무늬 정장에 보랏빛 도트무늬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행사장 1층 첫번째 가운데 열에 앉은 이 부회장은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과 나란히 앉아 시상식을 지켜봤으며,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호암상 시상식은 김현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식전서곡으로 시작해 수상자 입장, 국민의례, 손병두 이사장 인사말, 심사보고, 시상, 축사, 축하연주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손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이건희 회장께서 호암상을 제정한지 25주년 되는 뜻깊은 해로 현재까지 총 127명에 상금 총 199억원을 수여했다"면서 "앞으로도 이건희 회장의 높은 뜻을 더 발전시켜 호암상이 인류 진보와 국가사회 발전에 큰 역할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김병윤 심사위원장(KAIST 교수)가 무대에 올라 올해 호암상 수상자의 업적을 발표하고 심사와 관련한 기준과 공적 내용 등을 발표했다. -
부문별 호암사 수상자는 △과학상 천진우 박사(53·연세大 언더우드 특훈교수) △공학상 김창진 박사(57·美 UCLA 교수) △의학상 김성훈 박사(57·서울大 교수) △예술상 김수자 현대미술작가(58) △사회봉사상 백영심 간호사(53) 등으로 수상자에게는 각 3억원의 상금과 순금 메달이 수여됐다.
이어 수상자들의 업적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으며 손병두 이사장이 직접 수상자들에게 꽃다발과 상금, 상패 등을 수여했다.
수상자들은 수상 소감과 함께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자신을 도와주고 지지해 준 가족과 지인,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의학상을 수상한 김성훈 서울대 교수는 "호암상은 내 노력만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제자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받게 된 것"이라며 "연구할 때 초심을 잃지 않고 그동안의 연구 결과가 조금이나마 질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
수상이 끝난 뒤에는 권숙일 대한민국학술원 회장과 노벨상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스벤 리딘 노벨화학상위원(스웨덴 룬드대 교수)의 축사가 이어졌으며,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늘의 축하 공연으로 모든 행사가 마무리됐다.
시상식이 끝난 뒤 이재용 부회장은 손병두 이사장과 함께 참석한 내빈들과 인사를 나눴으며,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마친 뒤 빠르게 별도 통로로 이동했다.
많은 취재진들이 행사장을 벗어나는 이 부회장에게 몇 가지 질문을 건네기도 했으나, 말없이 빠르게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호암상 시상식이 끝난 직후인 이날 오후 6시 신라호텔에서는 호암상 축하만찬이 열리며, 정의화 국회의장이 참석해 수상자들을 축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