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첫 발견, 1904년 '액정' 명칭 사용됐지만... "활용 방안 못 찾아"1970년대 전자시계 첫 적용 후 'TV-모니터-휴대전화' 등 독보적 기술로 인정
  • ▲ LG전자의 다양한 디스플레이. ⓒLG화학
    ▲ LG전자의 다양한 디스플레이. ⓒLG화학

     

    기체와 액체, 고체의 경계를 허무는 화학물질 '액정(Liquid Crystal)'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TV와 스마트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액정은 영문명 그대로 액체(Liquid)와 결정(Crystal)의 중간 상태 물질이다. 비교적 신소재로 분류되는 액정은 LCD를 비롯해 최근 LED, OLED 등 IT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디스플레이 소재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액정의 역사와 특징, 우리 주변에서의 쓰임 등에 대해 쉽게 자세한 설명을 내놨다.

    LG화학에 따르면 최초로 액정을 발견한 사람은 1888년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 프리드리히 라이니처(Friedrich Reinitzer)였다. 그는 식물에서 얻은 천연알코올로 만든 '벤조산콜레스테릴'에서 이상한 성질을 목격했다. 평소엔 투명한 이 물질이 섭씨 146도로 가열하면 불투명해졌다가 179도에 이르면 다시 투명해진 것.

    이는 긴 막대 모양의 탄소분자들이 온도에 따라 배열을 바꾸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상온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배열된 분자층 사이로 빛이 통과해 투명했다가, 일정온도에서는 분자배열이 헝클어지며 빛이 통과하지 못해 불투명하게 보인 것이었다.

    이후 독일의 물리학자 오토 레만(Otto Lehmann)이 1904년 논문을 통해 최초로 '액정'이라는 명칭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물질을 활용할 방안은 찾지 못한 채로 연구에만 머물러 1920년까지 무려 250종 이상의 액정물질이 발견된 채로 방치됐다.

    그러나 1970년대에 이르러 과학이 발전하면서 액정의 성질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된다. 이는 물질에 열이 아니라 전기장을 가함으로써 분자의 배열 방향이 바뀐다는 또 한 번의 발견 덕분이었다. 전기장 유무에 따라 투명과 불투명을 오가는 액정의 이러한 성질을 '전기 광학 효과'라고 부른다.

    투명한 전극이 부착된 얇은 유리관 사이에 액정 물질을 넣고 전기를 흐르게 하면 액정 분자의 배열이 바뀌면서 빛의 강약을 조절하는 기술 덕분에 1974년 액정은 전자손목시계에 사용되며 실용화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됐다.

  • ▲ CES2014에서 선보인 LED 광고판. ⓒLG전자
    ▲ CES2014에서 선보인 LED 광고판. ⓒLG전자

     

    1988년에는 14인치 액정 컬러 TV가 개발됐으며 이후 모니터, TV,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액정은 IT 기술과 결합돼 더욱 보기 좋은 화면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액정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TV와 모니터다. 하지만 처음부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액정이 이름을 떨쳤던 것은 아니다.

    1800년대 후반에 발명된 브라운관이 100년 넘게 디스플레이 화면에 주로 쓰였기 때문이다. 브라운관은 전자총으로 유리면을 쏘아서 화면을 구현하는 방식 때문에 부피를 줄이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화면이 클수록 두께가 두꺼워져 제품의 이동이나 배치에 어려움도 컸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브라운관 일색의 디스플레이 시장을 LCD(Liquid Crystal Display), 즉 액정 디스플레이가 장악하기 시작했다.

    분자 배열이라는 액정의 특징을 이용한 LCD는 화면 크기가 커져도 그 두께가 혁신적으로 얇아 TV는 물론 전자계산기, 휴대전화 등 소형기기의 평판 화면을 모두 차지하게 됐다. 기존의 TV와 비교했을 때 절반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2배의 수명을 지니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화면을 구현하는 LCD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갔다. 지금 현대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모니터, TV 등에는 LCD 기술이 포함 돼 있다.

  • ▲ LED와 OLED의 차이점. ⓒLG전자
    ▲ LED와 OLED의 차이점. ⓒLG전자

     

    이처럼 2000년대 LCD의 등장 이후 디스플레이 기술은 눈부신 진화를 거듭했으며 LED(Light Emitting Diode),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등 새로운 디스플레이도 여럿 등장하게 됐다.

    LED는 '발광 다이오드'라고 불리는 스스로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이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가 돌아갈 때 깜박이는 작은 불빛, 도심 빌딩 위 대형 전광판 등에 쓰인다. LED는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전환하는 효율이 높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눈에 피로도 덜 주기 때문에 백열등, 형광등을 대체할 차세대 광원으로 주목 받는 소재이다. LED TV라 불리는 대부분의 TV는 기존 형광램프 대신 LED를 광원(백라이트)로 사용하는 LCD TV를 의미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로 불리는 OLED는 형광성 유기화합물에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현상을 이용해 스스로 빛을 낸다. 낮은 전압에서도 구동이 가능하고 얇은 형태로도 만들 수 있어 최신 스마트기기를 중심으로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백라이트 없이도 넓은 시야각과 빠른 응답 속도를 갖춰 LCD보다 화각이 넓고 잔상이 남지 않을 뿐 아니라 높은 화질과 비교적 단순한 제조공정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UHD(Ultra-HD)까지 기술이 진화해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다. 필요에 따라 얇은 모양으로 만들어 원하는 만큼 구부릴 수도 있는 OLED는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조명으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