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활용한 초고속 대량 거래 불법 규정, 포괄적 규제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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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금융당국이 금융규제 개혁과 핀테크 등을 활용한 금융혁신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지만, 핀테크는 지급결제에 IT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에만 치중돼 있을 뿐 초고속 대량 거래를 원천 봉쇄하는 등 증권시장 선진화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김상환 충북대 교수는 '고빈도거래와 한국의 금융감독 현실'이란 보고서에서 "선진국 금융당국은 고빈도거래 규제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있음에도 민간자율의 거래행태에 대한 규제는 최소화하면서 간접 규제로 대응하는 등 금융혁신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냉정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초기 단계의 고빈도거래도 불법화하는 등 포괄적 규제를 새로 만들어내면서 금융혁신에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빈도거래란 IT기술을 이용해 초고속으로 주문 제출과 취소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알고리듬 거래방법이다. 대량 주문을 1000분의 1초 단위의 빠른 속도로 전송, 취소, 거래 체결을 한다.

     

    김상환 교수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이런 새로운 거래기법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다양한 형태의 거래서비스, 저비용 초고속 거래시스템으로 무장한 거래소산업의 변신이 있다. 고객 확보를 위한 거래소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으로 대량매매 거래자들의 니즈에 맞춘 기법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고빈도거래의 규모가 커지면서 시장의 안정을 해치는 대형 사고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거래규모가 커지고 주문처리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스템 안정성이 악화되고, 거래소나 증권사들이 고빈도거래 회사들에게 시장데이터를 더 먼저 제공하는 등, 다수 고객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도 생겼다는 것.

     

    그러나 선진국 감독당국은 고빈도거래에 대한 규제방안을 논의하면서도 직접적 규제는 피하고 간접 규제방안만 검토중이며, 이것도 시행에는 매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민간의 쟈율적 거래행태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 금융혁신이 위축되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한국에선 아직 고빈도거래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고 사고도 전혀 발생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자본시장법 개정 당시 '목적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자동주문거래를 불법 거래로 간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강도 높은 규제를 새로 신설했다.

     

    김상환 교수는 "꼭 고빈도거래가 우리나라에서도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혁신을 위해 규제 혁파를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혁신적 거래기법을 아예 불법화하는 포괄적 규제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핀테크는 결제서비스에만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면서 "제조업의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금융산업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IT강국의 장점을 이용한 다양한 거래채널을 갖춘 증권시장 선진화가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