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한국방문 관광객 감소로 교정 '한산'기말고사 불구, 중앙도서관 '썰렁'상아탑에 마스크 부대 출몰…수업도 마스크 끼고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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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하는 가운데 3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경인여자대학교에서 학교 관계자들이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배부하고 있다.ⓒ경인여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대학가에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 있어 화제다.
실제 몇몇 대학에서는 △전국 중·고등학교들의 캠퍼스 견학 취소 △예정된 행사 취소 등 메르스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처럼 대학들이 메르스 사태 여파로 풍랑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는 학교 측과 학생들의 모습이 대학가의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 국내 최초, 아프리카 TV로 진행된 대학 강의
먼저 '메르스 공포'로 등장한 이색 강의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대학 교수가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 TV'로 원격 강의를 선보인 것.
경기도에 위치한 수원대학교 한 대학 교수는 메르스 불안감이 확산되자 아프리카 TV를 이용한 사이버 강의로 수업을 대신했다.
수업은 교수가 채팅창을 통해 출석체크를 하면서 시작됐고, 학생들은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에게 시청료의 개념인 별풍선을 쏘는 등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수업이 진행됐다.
강의를 들은 한 학생은 "교수님 별풍선 쏠테니까 노래 틀어주세요"라는 말을 남기며 시종일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강의가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한 학생은 댓글을 통해 "메르스 걱정에 여러명이 모여 있는 강의실조차 부담스러운 요즘 아프리카 TV 강의는 혁신"이라면서 "계속 아프리카TV로 수업을 듣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라며 메르스에 대처하는 신선한 강의 방식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이화여대 교정 '한산'…방한(訪韓) 관광객 감소가 요인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의 교정이 한적해졌다. 이 또한 교정 또한 메르스가 낳은 이색 풍경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이화여대는 아름다운 교정으로 해마다 수천명의 관광객이 찾는 서울의 관광명소다. 하지만 이곳도 메르스 공포 분위기가 싹트면서 캠퍼스 안의 만개한 꽃을 풍경 삼아 사진을 찍는 관광객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이화여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하루 평균 400여명 이상의 외부인이 캠퍼스를 찾았다. 이 중 50~6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하지만 메르스 여파 이후 캠퍼스를 찾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실제 메르스 여파로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우리나라 여행을 포기한 외국인이 2만명에 육박한다. 이 또한 한적해진 교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게 대학 측의 분석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현재 모교는 메르스 예방 차원에서 대규모 견학 등 외부인의 내부 출입을 자제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메르스 여파가 잠잠해지면 다시 교정은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말고사 기간 맞아?…중앙도서관 '썰렁'
대학교 도서관에도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현재 각 대학에서 여름방학을 앞두고 기말고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학생들이 대학 도서관에 가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여럿 모이는 장소에 갔다가 혹시나 메르스에 감염될까 우려돼서다.
실제 한 대학교 게시판에는 '메르스 공포'로 도서관을 찾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글이 간간이 보이고 있다.
아이디 flower***은 "도서관은 사람이 많이 몰려 있는데 누구 하나만 전염돼도 순식간으로 퍼질 테니 걱정이 된다"면서 "두려움 때문에 집중도 되지 않아 일단은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동국대 중앙도서관에서 일하는 한 대학생은 "도서관 열람실을 보면 메르스를 걱정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면서 "평소 시험기간에 열람실에 가득 찼던 것에 비하면 요즘은 2/3 정도만 채워져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대학 교정, 마스크 부대 출몰…수업도 마스크 끼고 받아
30도가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마스크를 쓴 채로 대학교정을 돌아다니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대생들 조차 마스크를 착용했을 정도다.
실제 대학에서도 마스크를 나눠주며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고 있다.
경인여대는 전교생에게 마스크를 배부했다. 경인여대는 3일 오전 8시30분부터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메르스 감염 예발 차원에서 1회용 마스크 5000장을 나눠줬다.
이 대학은 1차로 마스크 6000장을 준비해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배포했으며 메르스 감염이 잦아들 때까지 학교 건물 곳곳에 마스크를 지속적으로 비치해 놓을 계획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한 강의마저 생겼다.
가천대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한 글에서는 "교수님의 재량으로 마스크를 끼고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라며 "학생 1~2명 정도는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는다"고 설명했다.
◇ 손소독제 이용 학생 늘어…비누 등 소모품 구입 늘려
대학들은 일제히 손소독제 및 손세정제를 대학 건물 출입구마다 비치하는 등 구입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금방 동이 날 만큼 손세정제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매일 손소독제 500㎖ 한 통씩을 비치해 놓는데 금방 없어진다"며 "없어지면 학생들이 빨리 갖다놓으라고 할 정도로 소독에 신경 쓰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들은 세정제 등 일부 물품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 대학, 연쇄 휴교 속출…일부는 수업 대신 레포트로 대체
대학들의 연쇄적인 휴교도 메르스가 낳은 현상이다.
평택대는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일동안 임시 휴강을 진행했다. 평택대는 지난 2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이 같이 결정하고, 임시 휴강에 따른 부족한 수업 일수는 오는 17일에서 19일까지 3일 동안 보강 수업을 통해 보충하기로 했다.
평택대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학생들의 안정을 지키고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휴강을 결정했다"면서 "특히 초중고등학교 학생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학생들이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통해 통학하고 있어 메르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에는 대전과학기술대가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조기 방학에 돌입한 데 이어 대전대도 휴강키로 결정했다.
대전대는 지난 3일 안근식 부총장 주관으로 학생·교무처장, 관련부서 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갖고 대학 및 학생들 주관 단체행사 취소 또는 연기는 물론 내주(8~12일) 전 교과목 강의를 중지키로 했다.
학생들은 등교 대신 지도교수가 부여해 준 과제를 수행하거나 온라인 수업을 받는 방식으로 수업을 대체하고 있다.
◇ 대학가 입시설명회 줄줄이 취소
대학들의 입학설명회도 마찬가지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열리는 대학들의 입시 설명회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중앙대는 지난 6일 교내 중앙문화예술관에서 개최하려 했던 '2016학년도 수시모집 입학설명회'를 다음달 19일로 한 달여가량 미뤘다.
경희대는 8일과 12일 고교를 방문해 진행하는 입학설명회를 취소하고 국제캠퍼스에서 경기도 지역 교사를 초청해 진행하려 했던 입학설명회도 잠정 보류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수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6월부터 본격적으로 각 대학과 입시학원이 설명회를 추진하려 했다가 메르스 감염 우려로 취소하는 추세"라며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해 입시정보가 원활히 유통되지 못하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