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대로' 보험금 지급' 주장했지만…무리한 해석으로 결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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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츠화재.ⓒ뉴데일리 DB
메리츠화재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약관해석으로 암환자를 상대로 보험금지급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을 처지에 몰렸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3월 자사의 고객인 암환자를 상대로 "실손보험금이 약관 규정보다 많이 지급됐다"며 이미 지급한 약 2000만원의 보험금에 대한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피고인 암환자는 2013년 12월 삼성서울병원에 이틀간 입원했다가 경구용 표적항암제 '잴코리'를 처방받고 이를 퇴원 후 먹었으며, 지난해 1월과 2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약을 처방받고 복용했다.
메리츠화재는 처음 두 달 분은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지난해 2월 분 의료비에 대해 '약관에 맞지않은 보험보장'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이미 지급한 보험금에 대해서도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메리츠화재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환자가 퇴원 후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항암제를 복용했다면, 실손보험의 '입원의료비'가 아니라 '통원의료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보험은 약관대로 정확하게 지급해야 애꿎은 고객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다"고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그 '약관대로' 원칙을 자사 입장만 고려해 해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해당 암환자가 가입한 보험은 메리츠화재 '무배당 알파플러스보장보험 0808'이다. 이 보험은 갱신형 질병입원의료비(Ⅲ)와 갱신형 질병통원의료비(Ⅲ) 특약을 두고 있다.
약관을 살펴보면, 입원의료비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부분에 △피보험자의 고의나 정신질환 △피로와 권태 등에 대한 안정치료비 △진료와 무관한 TV시청이나 전화료 등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퇴원 시 받은 약제'가 입원의료비가 아니라는 내용은 없다.
이와 함께 통원의료비도 진료비와 검사비 등 통원제비용과 통원수술비를 보장한다고 나와있지만, 환자가 퇴원 후 먹는 약제에 대한 부분은 없다.
설령 퇴원 후 약제 부분이 입원의료비와 통원의료비 중 어디에 포함되는지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해도, 약관에 관한 법률(약관법) 5조 2항은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메리츠화재는 소송 준비서면에서 입원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가며 퇴원 이후 자발적인 약물복용은 '입원'이 아니기에 입원의료비 보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퇴원 시 받는 약제는 입원의료비'라고 결정한 금융감독원은 "보험료를 산출할 때 퇴원약부분은 입원의료비 통계 속에 포함돼 있고, 실손보험과 구조가 비슷한 국민건강보험에서도 이를 입원의료비로 본다"고 반박했다.
즉 메리츠화재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원 개념을 내세웠을 뿐, 실제 보험 운용에서 퇴원약이 입원의료비로 처리돼 온 점은 무시한 것이다.
이 분쟁 자체는 얼마 전 결말이 났다. 해당 환자를 대변하는 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에 따르면, 금감원 결정 이후 메리츠화재는 재판부의 화해권고를 수용하면서 환자에게 입원의료비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결국 메리츠화재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금융 당국 개입까지 불러온 끝에 비판은 비판대로 받으면서 보험금도 지급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