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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크루즈선 건조를 전문으로 하는 STX프랑스 인수를 놓고 고심 중이다. STX프랑스는 STX조선해양의 해외법인인 STX유럽의 자회사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적으로 선박 발주 가뭄이 극심한 가운데, 고부가가치선으로 분류되는 크루즈선의 경우 비교적 꾸준한 수요 증가세에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는 크루즈선을 만드는 STX프랑스가 대우조선 측에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로 다가왔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우조선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조선사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세계에서 발주되는 각종 선박 및 해양플랜트 수주를 싹쓸이 하다시피 해왔다. 그러나 크루즈선 시장에 만은 아직 발을 들이지 못한 상황이다.
다수의 관광객을 수송하는 크루즈선 경쟁력의 핵심은 일반 상선과 달리 인테리어를 얼마나 고급스럽게 잘 꾸미느냐에 있다. 문제는 고급 인테리어 자재 및 이를 다루는 기술자들이 유럽지역에 한정돼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크루즈선 건조를 위해 이를 수입할 시에는 원가경쟁력을 크게 잃게된다. 국내에서도 크루즈선 인테리어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수년째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경험부족 등으로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대우조선이 STX프랑스라는 매물을 덥석 물 수도 없는 환경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1분기 4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분기적자를 입은 것은 8년6개월 만의 일이다. 올 2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형편이다.
이에 대우조선 노조는 "대우조선이 STX프랑스를 인수할 시 헤어날 수 없는 경영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STX프랑스 인수 결사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와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사측으로서도 부담이다.
◇차세대 먹거리 크루즈선…2020년까지 연평균 8% 성장
대우조선해양이 이같은 분위기에도 STX프랑스 인수를 고심하는 이유는 그만큼 크루즈선 시장의 매력도가 높기 때문이다.
크루즈선은 세계 선박 시장의 약 20%(금액 기준) 정도를 차지하는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종이다. 엄격한 저소음, 저진동을 요구하는 고난도 설계기술과 고급 인테리어와 관련한 숙련된 기술 등을 필요로 해 시장 진입장벽 자체도 높은 편이다.
또 크루즈선 수요는 전방산업인 크루즈 관광산업의 시장여건에 크게 좌우되는 편이다. 인구 노령화 및 소득 수준 향상 등으로 세계 크루즈 관광객은 올들어 2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2020년까지 크루즈선 건조량은 연평균 8%(총톤수 기준)의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만 해도 '크루즈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이 산업 활성화에 팔을 걷고 있다.
특히 일반 상선 대비 상대적으로 세계 교역물량 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으며, 선가가 월등히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올해 1~5월까지 누적 선박 발주량은 99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2344만CGT)와 비교해 절반 이상 쪼그라 들었다. 해양플랜트 발주는 지난해 11월 이후 아예 멎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크루즈 관광 상품 이용객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세계 유수 조선사들이 군침을 흘릴 수 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열악해진 재무환경·노조 반대 리스크는 부담
사실 대우조선의 STX프랑스 인수는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STX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됐다.
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STX그룹 구조조정을 맡으며 STX유럽 계열사인 STX핀란드와 STX프랑스 매각을 각각 추진해왔다. STX핀란드의 경우 독일 마미어베르프트와 핀란드 정부가 각각 70%, 30%씩 지분을 매입키로 하며 문제가 일단락 됐지만 문제는 STX프랑스 였다.
STX프랑스는 STX유럽이 지분 66.66%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지분 33.34%를 프랑스 정부가 갖고 있다. 당초 산업은행과 프랑스 정부는 STX프랑스의 매각 작업을 지난해 내로 마무리 지으려 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일부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긴 했으나 결국 해를 넘기며 매각작업은 반년 가까이 더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공개적으로 산업은행을 비판하며 조속 매각을 촉구 중이다.
급작스레 대우조선 측에 STX프랑스 인수 제안이 들어오긴 했으나 대우조선 입장에서도 충분히 검토해봄직 한 사안이었다. 크루즈선 건조를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등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열악해진 재무환경이 현실적으로 발목을 잡는 중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3년말 3829억원에서 지난해말 1387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올 1분기 기준으로는 238억원까지 대폭 떨어졌다. 산업은행 측에서 300억~500억원 수준으로 인수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 입장에서는 이마저도 부담스런 상황이다.
노조가 STX프랑스 인수에 결사반대를 외치는 것도 문제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1분기 연결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374%에 달하고 현금보유도 238억원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강압에 의해 STX프랑스까지 인수하면 대우조선은 헤어날 수 없는 경영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STX프랑스는 수년간 적자경영을 지속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3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부채 역시 상당 규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TX프랑스의 모회사 STX유럽의 지난해 연결기준 자산은 총 1조1083억원이며, 부채는 총 1조6752억원에 달한다. STX유럽은 총 6개 계열사를 보유 중인데 실질적으로 STX프랑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확한 적자규모는 밝힐 수 없으나, 최근 들어 STX프랑스가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