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례-스타트, 이신영-견인차, 김혜선 '과천벌 잔다르크' 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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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 스포츠 중 유일하게 남녀가 동등한 조건에서 성대결을 펼치는 종목이 있다. 바로 경마다. 통상 경마는 남자들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여성기수도 존재한다. 남초 스포츠 속에서 여성 기수들의 활약은 경마를 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자리잡았다.
최근 마사회가 실시한 승마지도사 자격 실기시험에서 여성지원자 비율이 40%를 차지한 것처럼 경마 스포츠에 여풍이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경마 여성기수 시대는 이옥례를 시작으로 이신영, 김혜선 기수로 맥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 이들은 남성 기수들과 겨뤄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겸비해 많은 경마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 한국 최초의 여성기수 이옥례씨…동양의 첫번째 女기수
한국 경마 여성기수의 역사는 1975년 3월에 기수 면허를 받은 이옥례(60세)씨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6개월간 활약하며 48전 7승 (승률 14%)을 거뒀다.
그는 1975년 지용철, 배대선 등 9명의 남자들과 함께 기수양성소 단기2기(교육기간 3개월) 과정을 마치고 기수로 데뷔했다. 기수가 되기 전 이씨는 6개월간 여성 유도마 기수교육 과정을 수료하면서 말과 인연을 맺었고, 74년 단기기수교육과정을 거쳐 이듬해 기수면허를 획득했다.
이씨는 권인덕 조교사(당시 1조)로 데뷔한 첫 경주에서 우승까지 하는 저력을 보여 당시 경기를 보러 뚝섬 경마장을 찾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같은 해 8월 폭우 속에서 레이스를 펼치다 사고로 부상을 입어 6개월간 48전 7승 2착 11회의 기록으로 기수생활을 마감했다.
그녀가 데뷔한 해인 1975년 3월 21일자의 신문에서는 이옥례 기수의 데뷔를 소개하면서 '세계에서 세 번째이며, 동양에선 첫 번째 여자기수가 탄생했다'고 들뜬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또 "말과 일체가 되어 전력질주할 때 느끼는 무아의 상쾌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여성에게 불가능한 직업은 없다"는 인터뷰만 봐도 당찬 모습이 절로 머리속에 그려진다.
이옥례 기수의 데뷔 동기이자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대선 조교사(20조)도 "이옥례 기수가 전에도 태권도를 했기 때문에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었고 동기들 중에 우승을 가장 먼저 따낼 정도로 승부근성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
◇ 정식 1호 여성 기수 이신영에 이어 3세대 김혜선 선전
이옥례 기수의 활동 이후, 2001년 이신영, 이애리 등이 탄생하며 여성기수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신영은 남성 기수들을 압도하는 승부 근성과 강인한 정신력, 기승 실력을 바탕으로 통산 895전 90승 2위 68회를 기록했다. 특히 그는 2004년 11월에 열린 대통령배에서는 '고려방'에 기승해 서울경마공원 여성기수로서는 처음으로 대상경주 3위에 올랐으며, 여성 기수로서는 처음으로 그랑프리에 출전한 바 있다.
이신영은 2011년 여성 최초의 1호 조교사로 활동하면서 최근 1년 42회의 1위 기록으로 렛츠런파크 서울경마 조교사 순위 Top 5에 랭크돼 있다.
한편 김혜선은 무서운 기세로 여성 기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여자 경마 대통령'이라는 애칭이 붙었을 정도로 단기간 내에 우수한 성적을 보이며 여성 기수 최초로 100승을 달성, 올시즌 여자 기수 최초 개인통산 200승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김혜선의 경우 1승을 달성할 때마다 기록을 갈아치우다보니 '여자 박태종', '여자 경마 대통령'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