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실리콘에 그래핀 씌워 흑연 대체 리튬이온전지 개발... "3년 내 상용화"LG, 미래 소재 찾기 안간힘... "2~3년 내 배터리 혁명 가능"
  • ▲ 그래핀 직성장 실리콘 음극 소재를 이용한 고용량 고내구성 리튬이온전지 구현 연구 그래픽. ⓒ삼성전자.
    ▲ 그래핀 직성장 실리콘 음극 소재를 이용한 고용량 고내구성 리튬이온전지 구현 연구 그래픽. ⓒ삼성전자.


    충전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전기차를 몰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배터리 세대 교체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전자가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기술의 한 세대를 뛰어 넘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한 데 이어 LG화학 등 다른 배터리 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Li-ion) 배터리는 크게 4가지 구조를 띄고 있다. 먼저 전류가 오고가는 양쪽 끝편에 음극과 양극이 자리를 잡고 있다. 리튬 이온은 전력을 소모하는 방전 과정에서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고, 충전 시에는 반대로 양극에서 음극으로 돌아와 제자리를 찾는다.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갈 때 장애물을 제거하는 분리막과 매끄러운 왕래를 돕는 전액도 전지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발표한 결과물은 차세대 음극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실리콘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 이 기술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던 까닭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소속 연구원 10명이 팀을 꾸려 3년여에 걸쳐 밤낮 없이 노력해 준 덕분이다.

    음극 소재의 역할은 리튬이온을 얼마나 많이 품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지금까진 흑연을 대체할 만한 소재가 없는 상태다. 육각형 모양의 흑연은 1991년 리튬이온 전지가 처음 상용화된 이후 줄곧 소재로 채택돼왔다. 실리콘이 흑연 자리를 뺏을 유망주로 불리곤 있지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발목을 잡고 있다.

    실리콘은 솜털과 같은 형태를 보인다. 때문에 육각형의 흑연보다 리튬이온을 안고 있는데 유리하다. 하지만 실리콘은 욕심이 많은 녀석이다. 배가 터지는 지도 모르고 밀려오는 리튬이온을 모두 끌어 안으려는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이처럼 자체적으로 제어를 못한다는 것이 실리콘의 가장 큰 약점이다.

    흑연을 실리콘으로 바꾸는 것 자체는 매우 쉬운 일이지만, 실리콘을 제어하는 기술이 어려워 그동안 흑연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지 못한 것이다. 삼성은 이 같은 야생마 같은 실리콘을 길들이는데 성공했다. 실리콘 표면에 고결정 그래핀(Graphene)을 붙여 실리콘이 리튬이온을 과도하게 먹은 뒤 스스로 붕괴되는 현상을 막았다.

    이를 통해 기존 리튬이온 전지보다 두 배 가까운 에너지밀도를 구현했다. 같은 크기의 배터리를 스마트폰에 달아도 사용시간을 두 배 가량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전기차도 한 번 충전으로 두 배 더 달릴 수 있다. 이 제품은 앞으로 3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을 비롯해 다른 배터리 업계도 성능 개선을 위한 연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 세계 1위에 올라 있는 LG화학의 경우 한 번 충전하면 200마일(320km) 이상 갈 수 있는 배터리 개발을 마친 뒤 현재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LG화학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연구개발에 몰두, 1위 자리를 지킨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실리콘에 그래핀을 코팅하는 기술은 물론, 실리콘 대신 아예 니켈과 아연을 쓰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2~3년 내 배터리 세대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어느 기술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새 기술이 자리 잡게 되면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없는 '일체형 스마트폰'의 약점이 극복되는 등 배터리로 속앓이를 해왔던 산업이 기지개를 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