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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동구 금호동 금남시장 안에 있는 ‘원조 손 칼국수’는 폭이 두 걸음이 채 안 되는 좁은 시장골목 맨 끝에 자리 잡고 있다. 좁은 골목을 성인 남자걸음으로 서른 걸음 정도 걷다 보면 일명 신데렐라 칼국수 집으로 불리는 ‘원조 손 칼국수’가 나온다. 8시가 되면 재료가 다 떨어져서 장사를 못하기 때문에 얻은 별칭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당예약을 하는 것은 두 가지다. 중요한 미팅이 있거나, 생일이거나.
점심과 저녁 시간에 찾는 손님들은 중요한 미팅이나 생일처럼 예약을 한다. 실제로 식당은 주문과 예약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시장경제신문에서 대박집으로 선정한 ‘원조 손 칼국수’의 김경자 사장은 “장사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저 재료 좋은 거 쓰고 내 양심껏 하면 누구나 대박집이 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주방이 개방돼 있어서 재활용하지 않는다.
김 사장은 양심껏 그렇게 장사를 하면 손님들이 더 잘 알아준다면서 가족들과 집에서 해먹는 것처럼 똑같은 음식을 내놓는다고 자부했다.
실제로 남성 한 분과 여성 한 분이 보쌈 중(中)과 칼국수 두 그릇을 시키자, 김 사장은 칼국수는 한 그릇을 시켜서 나눠 먹는 게 알맞은 양이라면서 한 그릇의 양을 두 그릇으로 나눠서 먹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가족 같은 모습에 다시 한 번 찾는 것 같다.
이어 김 사장은 자신의 장사 신념에 대해 “금남시장 동네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면서 “동네 분들이 우리 식구이기 때문에 더 좋은 음식을 만들고 싶고, 돈을 내고 드시는데, 나쁜 음식 대접하면 안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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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손 칼국수'의 재료는 금남시장 안에 있다 보니, 신선한 시장재료를 사용한다. 밀가루 반죽도 직접하고, 육수도 직접 우려낸다. 특히 재활용 할 수 있는 육수도 그날그날 버리고 새로 끓인다.
매일 담그는 보쌈김치도 오늘 다 소비를 시키는 게 원칙이다. 전날 아삭한 배추를 소금에 재워놓고 굴, 잣 등 신선한 재료로 맛을 낸 양념에 버무리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담백한 보쌈김치가 만들어진다. 집에서 보쌈김치를 담갔던 맛이라 집에서 만든 맛이다. 돼지고기도 순수 국내산을 사용한다.
칼국수는 멸치로 우려낸 국물에 손으로 빚어 투박한 면발과 김가루를 넣고 만든다. 칼국수를 더 맛있게 먹으려면 테이블 마다 있는 양념 통에 담긴 고추다재기를 기호에 따라 넣으면 더 칼국수의 칼칼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김 사장은 “음식에 대한 고집이 있어서, 나쁜 재료는 쓰지 않는다”며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을 하면 그렇게 된다. 그 역시 동네사람들이 알고 있으니 더 믿고 찾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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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장사가 잘된 건 아니다. 손님은 없고, 남은 재료들은 다 버려야 하니깐 오히려 적자를 면치 못했다. 김치는 아까우니 가까운 방앗간이나 인근 상인들에게 나눠줬다. 이런 양심적인 모습을 가까운 사람들이 알아주니, 가게는 상황은 저절로 나아졌다.
배추 값이 금값인 시기가 있었다. 일명 ‘배추파동’ 때 배추가 한 망에 6만원이 다다르자 가게들이 하나같이 양배추를 내오거나, 김치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원조 손 칼국수’ 김 사장은 원래대로 김치를 내놨다. 그는 “재료가 금새 떨어져서 손님은 많이 못 받았다”고 말하면서 “전에 이곳을 찾았던 사람이 그때의 맛과 양을 생각하고 찾았을 텐데, 맛과 양이 달라져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좋은 재료와 신념으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김 사장은 “항상 동네 주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며 “항상 금호동 사람들 덕분에 밥 먹고 산다”고 말했다.
오현지
주소 : '원조 손 칼국수'서울시 성동구 금호산2길 20-1(금남시장 골목 끝 집)
전화 : 010-933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