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반대 불구, 합병 찬성 주주 80%' ISS 역행사례 부지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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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하병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의 속성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는 데다, 지나치게 투자자 입장만 반영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이번 합병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일 회계법인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ISS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과 관련한 보고서를 통해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삼성 측의 합병 후 수익 전망도 너무 낙관적"이라며 사실상 엘리엇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논리로 반대편에 섰다.

    ISS는 세계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한 뒤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 것인지 조언해 준다. 특히 보고서가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계 펀드는 이들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ISS 보고서에는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 3대 해지펀드이면서 먹튀의 대명사로 통하는 '엘리엇'의 속셈이 보고서에 전혀 녹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엘리엇이 과거 사례처럼 목표 투자수익만 삼키고 홀연히 한국을 떠난다면, 소액주주의 피해는 물론 국부 유출까지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계산기만 두들겼다는 비난이다.

    국내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ISS 보고서가 지나치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자산 가치에만 초점을 맞춰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이같은 작업은 ISS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엘리엇의 위험성과 합병의 숨은 가치 등을 거의 반영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이와 비슷한 이유로 ISS의 반대에 불구하고 합병이 이뤄진 사례가 부지기수다.

    지난해 8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을 앞두고, ISS는 당시 합병을 하게 되면 주주 권리가 약화된다며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주주총회 참석자 가운데 80% 가량이 찬성표를 던지는 등 ISS 반대 편에 섰다.

    이처럼 ISS의 권고와 상반된 결과를 빚은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2012년 원자재업체 글렌코어와 엑스트라타간 합병, 2013년 이동통신사 메트로PCS와 T모바일USA간 합병 등이 대표적인 예다.

    SK C&C와 효성의 사내이사 재선임 과정에서도 ISS는 형사소추된 이사를 재선임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주주들의 실제 반대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아울러 듀퐁 이사 선임, 구글 보상위원회 이사진 재선임, 캐터필러 보상체계, 도요타 신주 발행, 소니 CEO 재임명 등의 주총 의결사안이 ISS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원안대로 모두 통과된 바 있다.

    한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오는 17일 임시 주총에서 '표 대결'로 성사여부가 결정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