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선정協 거치지 않은 대지를 포함해 발표…용지 '공공성' 임의 해석수요 없어도 사업부지 인근 대학교 재학생 수 무조건 포함…수치도 틀려국토부, 지난달 28일 올해 행복주택 3만8천가구 입지 추가 확정 발표
  • ▲ 국토교통부.ⓒ연합뉴스
    ▲ 국토교통부.ⓒ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전국에 3만8000가구가 들어설 행복주택 추가 부지를 추가로 확정했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확정되지 않은 부지를 끼워 넣어 통계를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부지는 사업 수요가 엉터리로 조사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 내 인근 대학교의 재학생 수를 사업 수요에 포함해 수치를 과장했다.

    6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젊은 층 수요와 대중교통 편리성 등을 고려해 전국에서 70곳이 행복주택 용지로 추가로 확정됐다. 총 3만8000가구가 들어설 수 있는 규모다.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 협의와 민관합동 입지선정협의회 검증을 거쳤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해 주택사업승인 물량 2만6000가구(37곳)를 포함해 총 6만4000가구(107곳)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정부 공급목표 14만 가구의 절반쯤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 반환점이 다음 달로 다가온 가운데 행복주택 공급목표 역시 절반쯤 진척되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토부가 밝힌 행복주택 추가 부지에는 일부 허수가 포함돼 있어 뻥튀기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대전에서 총 5개 지구 2130가구가 들어설 추가 부지가 확보됐다고 발표했다. 도안 2·3지구를 비롯해 산업단지 재생사업이 추진되는 대전 1·2산단, 재개발사업과 연계되는 대동2지구, 유성복합터미널이 들어설 개발지구 등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유성복합터미널지구는 엄밀히 말해 행복주택 사업용지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복합터미널 건립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재심의했고 이때 국토부가 행복주택 용지라고 발표한 대지 주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조건으로 승인이 났지만, 해당 대지에 행복주택 건립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전시 한 관계자는 "중도위 재심의과정에서 공공성을 확보하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공공성 확보를 위해 꼭 행복주택을 지으라는 것은 아니다"며 "사회복지시설 등이 들어설 수도 있는 만큼 앞으로 따로 입지선정협의회를 열어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해당 대지의 공공성 확보를 행복주택 건립으로 임의로 해석하고 추가 사업 부지에 포함해 발표부터 한 셈이다. 국토부가 밝힌 해당 용지는 6618㎡로 450가구가 들어설 규모다.

    행복주택 수요조사도 엉터리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충남지역에서는 천안 신방지구와 내포 충남도청지구 등 2곳에 1850가구 규모의 부지가 확정됐다. 이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도청 사업지구는 기존 보금자리주택사업지구로 3만9375㎡에 행복주택 1400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국토부와 LH는 해당 지구 주변에는 도청과 한서대(9000명), 청운대(6700명), 혜전대(3100명) 등이 있어 수요가 충분하다는 태도다. 충남도 확인 결과 해당 대지 주변에는 산업단지용지와 대학용지가 마련돼 있다.

    문제는 산업단지용지에 공장 기숙사가 포함될 가능성이 커 행복주택 수요를 잠식할 수 있고, 대학용지는 구체적으로 입주가 거론되는 학교가 없다는 점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해당 부지 주변으로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충분해 산업단지 근무자가 행복주택을 선택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며 "특히 공장 내 숙소를 같이 지을 수 있게 인허가할 계획이어서 그만큼 행복주택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역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내포지역 민간 아파트 분양률은 100%에 가깝지만, LH 임대아파트는 미분양률(분양 포함)이 49%로 절반에 육박한다"며 "행복주택이 들어선다고 해서 임대계약률이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나마 산업단지용지는 입주 희망기업 6곳과 양해각서를 맺은 상태다. 반면 대학용지는 입주하겠다고 나서는 대학이 없는 실정이다.

    국토부와 LH가 밝힌 대학 수요는 사업지구 인근 대학의 재학생 수를 단순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충남도청 사업지구에서 국토부가 참고자료로 내놓은 서산 한서대의 수요는 9000명쯤이다. 하지만 한서대에 확인한 재학생 규모는 6500명 선이다. 재학생 수보다도 많은 수요가 행복주택 수요로 잡힌 것이다.

    LH 행복주택계획처 백승무 차장은 "대학정보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서 지난해 학생 수를 확인한 수치"라며 "해당 수치는 수요가 아니라 사업부지 인근 수요 유발 기관(대학)의 규모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서대 관계자는 "내포 사업지구까지 차량으로 10분쯤 떨어져 있지만, 행복주택이 들어서도 재학생들이 이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아직 내포에서 학교까지 대중교통이 잘 갖춰지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더욱이 한서대는 기숙사를 증축하고 있다. 기숙사 제3관이 건립되면 총 1000여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

    백 차장은 "기숙사 증축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LH는) 해당 사업지구 수요를 계산할 때 한서대는 거리가 멀어 아예 제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작 LH는 수요를 계산할 때 포함하지도 않는 자료를 국토부 공식 발표자료에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는 얘기다. LH와 국토부가 사업지구 내 부지여건이라며 대학생 수요라고 밝힌 대부분 참고자료가 실수요와는 거리가 먼 인근 지역 대학의 단순 재학생 수에 불과한 셈이다.

    한편 국토부와 LH는 일선 지자체 등과 함께 1500~2000가구 규모의 행복주택과 각종 편의시설을 복합개발하는 일명 '행복타운' 사업 추진을 검토하는 것으로 6일 알려졌다. 현재 소규모로 건설되는 행복주택을 대단지화해 공급 물량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국토부는 개발이 가능한 부지를 공공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상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고 행복주택과 일반 분양주택, 상업·업무시설 등을 복합개발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왕·수서·고양·부천·인천 등 5곳이 행복타운 후보지로 거론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행복타운은 실무검토 중에 있으나 내부 결정이나 지자체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단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