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자본시장 발전 VS 기업 경영활동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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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1호 헤지펀드 출범을 본격화한다. 그동안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던 사모펀드 개선방안이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막혔던 물꼬가 트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취약점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국내 헤지펀드 활성화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8일 국회, 금융투자업계, 산업계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사모펀드 개선방안이 포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증권사들의 헤지펀드 출범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금융위가 201312월 개정안을 마련한 이후 16개월 만에 통과된 것이다.


    통과된 개선안은 기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사모펀드 설립 문턱이 낮아진 것과 운용 상의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 등이 주요 골자다. 특히 경영참여형(PEF) 사모펀드와 전문투자형(헤지펀드) 사모펀드로 구분된 것도 눈길을 끈다.


    기존에는 자산운용사들이 신탁형태로 한국형 헤지펀드를 운용했지만, PEF에 비해 위탁액은 미미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1호 헤지펀드를 추진하고 있는 NH투자증권은 출범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NH투자증권은 그동안 TF팀을 구성해 헤지펀드 출범을 준비해왔다. 초기 투자금은 3000억원 규모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규제 완화는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이르면 연내에 NH투자증권의 1호 헤지펀드가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행령 마련에 따라 그 시기는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


    이미 NH투자증권은 5월 제출한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증권업계 최초로 사모펀드 운용업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연내에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에 1호 헤지펀드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등록제로 바뀌면서 진입이 용이해졌다”며 “향후 마련되는 세부 시행령을 확인한 후에 헤지펀드 출범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금 조달 규모나 내부 규제 사항 등은 더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모펀드 규제완화 등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리엇은 2건의 가처분 소송 패소에 이어 항고까지 하는 등 법적인 다툼을 벌이고 있다. 17일 예정된 임시주총 표대결에 앞서 삼성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다. 과거 2003SK의 소버린 사태도 헤지펀드 부작용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활성화가 국내 기업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A기업 관계자는 “사모펀드 규제 완화는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등과 달리 기업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부담이 된다”고 우려했다.


    엘리엇처럼 기업들의 지배구조 취약성을 노리는 헤지펀드에 국내 기업들이 크게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엘리엇처럼 기업을 사냥하듯이 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기회를 통해서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있다.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들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반증”이라며 “규제 완화로 국내 헤지펀드가 커지고 제 역할을 하게 되면 기업들의 체질 개선에 오히려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헤지펀드가 두려움이나 견제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투자 기회가 생겼다는 측면도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규제가 완화됐지만, 해외 매니저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형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업자(증권사)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에 운용상의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다양한 상품개발과 해외 투자 기회가 열린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은 대형 증권사들은 헤지펀드 출범에 대해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