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먹튀' 엘리엇 위험성 간과하고, 조작가능 자산가치로만 합병 비율 산정" 지적도
  • ▲ 엘리엇 사태관련 기자들 물음에 답하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뉴데일리경제 최종희 기자.
    ▲ 엘리엇 사태관련 기자들 물음에 답하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뉴데일리경제 최종희 기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 ISS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한 보고서 내용 일부를 수정하며 오류를 인정했다.

    제일모직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를 5000억 넘게 올려잡는가 하면, 모두에게 공개된 제일모직의 삼생생명 지분 비율조차 틀려 고치면서 망신살을 사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SS는 세계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한 뒤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 것인지 조언해 준다. 특히 보고서가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계 펀드는 이들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ISS의 보고서는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ISS는 지난 5일 내놓은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보고서에서 오류 두 가지를 손질했다. 먼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를 1조5200억원에서 2조210억원으로 바꿨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ISS가 삼성물산의 자산 가치는 과대 평가한 반면, 제일모직에 대해서는 가치를 실제 이하로 과소 평가했다"고 지적해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제일모직 바이오 사업 부문 쌍두마차의 시장 가치를 7조5000억원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게 삼성물산의 주장이다.

    ISS는 또 기존 38.4%로 계산했던 삼성생명 지분을 19.3%로 정정했다.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의 대주주이면서 지분 19.3%를 쥐고 있다는 사실은 대외비가 아닌 공개된 내용이다. 분석을 요구하는 자료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처럼 기본적인 숫자조차 틀리면서 ISS는 보고서를 허술하게 작성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ISS 보고서는 여전히 많은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를 누락하는 등 제일모직의 순자산 가치를 의도적으로 평가 절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여기에 기업가치를 순(純)자산가치 기준으로만 산정한 대목도 납득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업의 자산 가치는 회계적 평가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재고자산 평가방법이나 감가상각비 계산방식을 기업이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산 크기를 줄이거나 늘리는 게 가능하다.

    쟤계 한 관계자는 "ISS 스스로 이번 합병 비율이 대한민국 법 규정에 따라 결정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면서 "그럼에도 실제 평가를 할 때는 순자산가치 기준을 적용해 '불공정하다'고 결론 내린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국내 회계법인 관계자 역시 "ISS 보고서가 지나치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자산 가치에만 초점을 맞춰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의 위험성과 합병 뒤 숨은 가치 등도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ISS의 반대에 불구하고 합병이 이뤄진 사례가 부지기수다.

    지난해 8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을 앞두고, ISS는 당시 합병을 하게 되면 주주 권리가 약화된다며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주주총회 참석자 가운데 80% 가량이 찬성표를 던진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한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오는 17일 임시 주총에서 '표 대결'로 성사여부가 결정난다. ISS는 지난 5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반대 의견을 내며 사실상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손을 들어 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