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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동구청이 만석동 '괭이부리 마을'에 옛날 어려웠던 시절의 생활을 느껴볼 수 있는 체험 시설을 만들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중미씨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이곳은 6·25전쟁 직후부터 피란민들이 허름한 판잣집을 짓고 모여 살며 만들어진 쪽방촌이다.

     

    이곳은 남자어른의 두걸음이 채 안되는  좁은 골목으로 전봇대 와 전봇대 사이를 어지럽게 올려놓은 전선줄이 즐비했다.

     

    특히 페인트가 벗겨진 철제 계단, 담벼락에는 빛바랜 전단지와 스티커 자국들이 덕지덕지 붙여져 있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동구청은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시행해 이곳의 모습도 계속 바꾸고, 이 지역의 역사를 보존하자는 측면에서 옛 생활 체험관을 만들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주민들이 모임 장소 등으로 쓰고 있는 2층짜리 주택의 일부를 고쳐 37㎡ 넓이의 숙박시설을 만들고, 이곳에 흑백 TV·요강·다듬이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 생활물품들을 갖춰놓기로 했다. 체험을 하고자 하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와서 1만원을 내면 하루를 잘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근 이런 내용의 '옛 생활 체험관 설치 및 운영 조례(안)'가 입법 예고됐고, 오는 17일 의회 본회의 심의에서 통과되면 다음 달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구청이 가난을 상품화해서 쪽방촌 주민들을 구경거리로 만들겠다는 얘기"라며 강하게 반발에 나선 것.

     

    한 주민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곳이라서 그런지 종종 찾아와 사진을 찍으며 집 안을 기웃거리는 일이 많다"며 "가난하게 살면 남의 집을 아무렇게나 들여다봐도 되는것인가"라고  말했다.

     

    한 매체를 통해 인터뷰한 공부방 '기찻길옆 작은학교'의 상근교사 임종연씨도 "동구청이 이곳을 일반 시민들의 체험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체험을 시키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이곳 주민 160여명은 지난 8일 체험관 건립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구와 구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인근에 먼저 생긴 달동네박물관과 연계해 사람들이 체험코스로 이용하도록 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괭이부리마을에는 현재 360여가구 600여명이 살고 있으며, 이 중 230가구 300여명이 쪽방 주민이다. 쪽방 거주자들은 공동 화장실을 쓰고 있으며, 건물이 낡고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가난까지 상품화 괭이부리말,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