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반도체 신화' DNA 이어 받은 이재용 '바이오 신화'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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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엘리엇의 방해 작전을 물리치고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골인했다. 건설과 상사, 패션, 리조트, 식음료, 바이오 사업을 아우르는 거대 삼성물산이 출범한 것이다.
이에 따라 통합 삼성물산의 1대 주주로 올라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 전체 지배력을 강화하며 명실상부한 삼성의 실질적 지휘자로 자리매김했다.
17일 오전 9시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이 최종 결의됐다. 찬성과 반대의 표 대결로 진행된 이날 주총에서 찬성률 69.53%의 압도적인 표차로 합병이 성사됐다.
당초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는 논리를 펼치며 여론전을 주도하고 나서는 바람에 표 대결이 박빙으로 흐를 것이라는 예측도 일각에서 제기됐었지만 이 같은 예상을 비웃기나 한 듯 결과는 합병 찬성 쪽으로 완벽히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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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삼성물산이 탄생함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1대 주주로 등극했다. 아울러 합병법인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크게 키웠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와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통해 갖고 있는 지분 7.6%를 합해 삼성전자 지분 10% 이상을 움직이는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룹 내 이 부회장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진 셈이다.
앞으로 삼성그룹 내 여러 계열사들은 이날 합병을 계기로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들의 총사령관 격인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뭉칠 수 있게 돼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활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직접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바이오 사업이 날개를 달 것으로 예측된다. 바이오 사업은 삼성의 5대 신수종사업 중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군이다.
이 부회장이 세계 바이오 사업 주도권을 쥐게 되면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쓴 '반도체 신화' 뒤를 이어 '바이오 신화'라는 새로운 역사를 완성시킬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삼성의 바이오 의약품 사업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로직스다. 그동안 바이오로직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다. 바이오에피스는 손자회사에 속했다. 이번 합병으로 두 회사 모두 통합 삼성물산 품 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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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에피스의 경우 내년 상반기 미국 나스닥 시장에 입성한다.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제약회사가 되기 위해서다. 의약품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17년까지 바이오 의약품 분야 세계 1위 의약품 위탁 생산업체(CMO)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계획대로 그림이 그려진다면 두 회사는 각각 오는 2025년 기준 매출 1조원, 영업이익률 40%를 넘어설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통합 삼성물산 역시 지난해 34조원대였던 매출 규모를 오는 2020년 60조까지 키울 수 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헬스 산업 시장은 연평균 5.3%씩 성장하고 있다. 2013년 133조원에서 2020년 19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이날 합병으로 더욱 단단해졌다"면서 "그룹 전체가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갖게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앞으로 이 부회장이 자신 만의 전매특허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그룹 내 모든 사업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