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무효 소송-주식매수 청구권 뻥튀기-국가 간 분쟁 제기' 나설 듯
  • ▲ 엘리엇 사태관련 기자들 물음에 답하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뉴데일리경제 최종희 기자.
    ▲ 엘리엇 사태관련 기자들 물음에 답하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뉴데일리경제 최종희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찬성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찬성 지분이 4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합병의 구부능선을 넘어 섰다.

    하지만 합병에 성공한다고 해서 '먹튀' 엘리엇과의 싸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엘리엇은 목표 수익을 챙기기 전까지 계속 지루한 장기전을 유도하며 삼성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엘리엇이 합병 성사 이후 꺼낼 들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카드는 3가지다.

    ◇'주총결의 취소·합병 무효' 소송 돌입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안이 오는 17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받아드려진다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곧바로 소송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최근 주주제안권 행사를 통해 삼성물산 측에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 수정을 요구했다. 주주제안권이란 일정 요건을 갖춘 소수주주가 주총 자리에서 의제 또는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한 3대 주주다.

    엘리엇의 이 같은 움직임은 소송을 제기하기 앞서 판을 미리 깔아두겠다는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회사 자산을 배당으로 내놓을 리 없는 삼성물산이 예상대로 주주제안권을 받아드리지 않을 경우 엘리엇은 즉각 이번 합병이 상법상 절차를 위반했다는 식으로 떼를 쓸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면서 주총결의 취소 또는 합병 무효를 주장을 펼치며 소송을 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법에는 '소수주주권에 대한 특례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려면 해당 회사 주식을 6개월 전부터 보유하고 있었어야만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엘리엇의 경우 주주제안권 행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엘리엇은 삼성을 흔들기 위해 이 카드를 꺼내 들 확률이 매우 높다. 현물배당을 다른 말로 하면 재산배당이다. 대부분의 배당은 현금배당이지만 주식과 같은 비화폐성 자산으로 현물배당을 실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대주주 주식매수 청구권 '뻥튀기'
    엘리엇은 상법에 따라 '반대주주의 주식매수 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다. 즉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한다고 의사를 밝힌 엘리엇은 합병 후 살아남는 삼성물산에게 보유주식을 내다팔 수 있다.

    엘리엇은 주총에서 합병 결의가 이뤄진 날로부터 20일 내 주식매수 청구권을 써야 한다. 삼성물산은 이 청구권을 접수받은 뒤 2개월 내 엘리엇 주식을 사드려야 한다.

    여기서 주식 매수가격은 엘리엇과 삼성물산간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 엘리엇은 이때 원하는 가격으로 주식을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으로 점쳐진다. 엘리엇이 삼성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엘리엇은 처음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는 큰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목표 수익을 얻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을 뿐이었고 그 중 하나의 카드가 합병 반대였을 가능성도 크다.

    ◇국가 간 소송 제기.. "가능성 떨어져"
    마지막 수단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다. 가능성이 가장 떨어지는 방법이지만 꺼내들 수 있는 카드인 것은 분명하다.

    ISD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불리한 현지 정책이나 법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제소해 피해를 구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엘리엇 입장에선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국내법이 부당하고 소송을 걸 수 있는 셈이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주가와 함께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도 참고해 합병 비율을 계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엘리엇이 소송을 걸 확률을 낮다. 소송 비용이 최소 100억원 이상 들어가는데다 승부를 예측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ISD가 엘리엇이 국내법으로 정해진 합병 비율을 미리 알고 투자를 진행했다는 점을 감안해 소송 자체를 받아드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 엘리엇 입장에선 단기 내지 중기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당연한 존재 이유이고 목표일 것"이라면서 "이번 악재를 일사분란하게 대응해 한국이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해외 투기자본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성사 여부는 오는 1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결정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