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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를 뒤흔들 초대형 M&A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2위의 KDB대우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후보들이 거론되면서 매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미 현대증권(5위)이 일본 오릭스로 넘어가면서 한 차례 지각변동이 있던 터라 업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9월부터 시작될 KDB대우증권(이하 대우증권) 매각이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면서 기대 이상의 흥행이 예상된다.
흥행 요소들이 하나 둘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매각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인수 후보자 △가격 △노조 △산은 및 청와대(정부) 속내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인수 후보자들에 따라 사실상 가격이 형성되고, 노조의 반응도 찬성·반대로 나뉘게 된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정부 입장에서도 누가 대우증권을 인수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매각의 핵심은 인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대우증권을 사겠다는 후보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아무리 좋은 매물도 살 사람이 없으면 딜 자체가 무산되지만, 탐 내는 대상이 많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을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금융지주 위상에 비해 KB투자증권의 비중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3월 말 기준으로 KB금융은 자산 315조7561억원, 자본 27조9300억원의 규모다. 하나와 외환 통합 법인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1위다.
하지만 KB투자증권은 3월 말 기준으로 자산 4조5697억원, 자본 5878억원을 보유한 업계 18위에 불과하다. 증권업 강화 차원에서 과감한 베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든든한 자금력을 갖춘 것도 KB금융의 강점이다. 농협금융지주가 NH증권을 키우기 위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 합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신한지주도 잠재적 후보로 언급되고 있지만, 신한금융투자가 업계 7위에 랭크된 만큼 굳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필요성이 낮아 보인다. 신한지주 역시 관심이 없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어 인수전 참여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들어 중국 중신그룹(CITIC, 시틱)과 한국금융지주도 대우증권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신그룹은 대만의 유안타금융그룹과 중국의 안방보험이 각각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동양생명보험을 인수한 것을 보고 대우증권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로, 대우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판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에 이어 업계 4위이기 때문이다. 인수 시 한국투자증권의 자산은 약 60조5000억원, 자본은 약 7조3500억원에 이르게 된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초대형 1위 증권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장에 매물이 나오면 M&A 관련 부서에서는 기본적으로 스터디를 하게 된다”며 “원론적인 차원에서 검토를 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인수 자격이 안 된다. 지난달 1일 채권수익률을 담합해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혐의를 인정해 법원으로부터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6월 4일을 기점으로 향후 5년간 대주주로서 금융투자업자를 인수할 수 없게 됐다. 즉, 삼성증권은 대우증권 인수에 관심도 없었지만, 법적으로도 인수전에 참여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반면 각각 5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대우증권, 유안타증권은 항소를 결정했기 때문에 관련 패널티가 아직 적용이 안된다. 결국 대형 증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만이 현실적으로 인수전 참여가 가능한 셈이다.
대기업들의 진출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대차그룹이 HMC투자증권을 키우기 위해 인수전에 전격 뛰어드는 시나리오 정도가 나올 수 있다. 이외에는 거의 전무하다. 포스코는 비철강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전혀 가능성이 없다. SK그룹은 SK와 SK C&C의 합병으로 공정거래법상 오히려 SK증권을 정리해야 한다. LG도 2004년 LG투자증권을 매각한 이후 증권업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인수 가격도 초미의 관심사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증권 주식 1억4048만1383주(43%)를 주가로 환산하면 2조2687억원(16일 종가 기준)에 이른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더하면 가격은 3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경쟁이 치열할 수록 가격은 치솟기 때문에 3조원을 상회할 수도 있다.
대우증권 실적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대우증권은 올 상반기에 매출액 2조5402억원, 영업이익 2962억원, 당기순이익 229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1%, 135.8%, 134.1% 증가했다. 순이익이 급증하고 있어 대우증권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노조 역시 아직까지 매각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우증권 노조 관계자는“인수 대상이 정해져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겠지만, 인수 이후 복지나 고용 보장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증권사는 사업이나 인력 중복이 많을 수 있어서 부담이 되지만, KB투자증권은 이런 측면에서는 무난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현대증권 매각이 마무리 된 이후에 대우증권 매각을 시작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다만 홍기택 산은 회장이 임기 중에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게 산은 안팎의 관측이다. 기업인들과 달리 학자 출신으로, 본인 성과에 크게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금융당국이나 정부도 최대한 높은 가격으로 매각 되는 것을 원하고 있지만, 매각 과정에서 공정성이나 형평성 잡음이 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