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생명-전자' 삼각편대 완성... "'빠른 의사결정-투명 경영 강화' 기대"엘리엇, 곳간 10% 빼 투자한 만큼, 오래 버티지 못해" 전망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경제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경제DB.


    삼성이 엘리엇의 반대 공세를 뿌리치고 합병에 골인했다. 이번 전쟁에서 승리한 삼성은 많은 전리품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 축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단순화됐다는 점이 대표적 예다.

    나아가 건설경기 침체로 힘에 부쳐 하던 삼성물산도 바이오사업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바이오사업은 이 부회장이 가장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분야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찬성과 반대의 표 대결로 진행된 가운데 찬성률 69.53%의 압도적인 표차로 성사됐다. 당초 합병 안건이 통과하려면 55.7%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했었는 데 이 비율을 무려 10% 넘게 뛰어넘은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복잡했던 순환출자 고리에서 군살을 크게 뺏다. 통합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각편대' 모양의 그룹 지배체제를 완성한 것이다. 지주회사 격인 3개 회사를 전방에 세워놓고 그 아래 관련 분야 계열사들이 차례로 붙어있는 모양의 그룹 전체 밑그림을 그렸다. 예를 들어 지주회사인 삼성생명 밑에는 삼성화재와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 식이다.

    특히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1대 주주로 등극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대폭 높였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와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통해 갖고 있는 지분 7.6%를 합해 삼성전자 지분 10% 이상을 움직이는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복잡했던 조직 형태가 이처럼 단순하게 변하면서 이 부회장의 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 전체 순화출자 고리가 단순해 졌다. 삼성생명은 금융계열사, 삼성물산은 제조업 계열사의 중간 지주회사로 묶였다"면서 "통합 삼성물산도 기존의 건설, 상사 부문과 함께 제일모직이 합쳐져 3개 사업부로 운영될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되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조직 구조가 3개 축으로 이뤄짐에 따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며 "과거 복잡한 모습에 비해 경영 투명도도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 ▲ 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을 송도에 짓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 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을 송도에 짓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바이오 사업도 날개를 달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오 사업은 삼성의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다.

    삼성의 바이오 의약품 사업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로직스다. 그동안 바이오로직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다. 바이오에피스는 손자회사에 속한다. 이날 합병으로 두 회사 모두 통합 삼성물산 품 안에 들어왔다.

    바이오에피스의 경우 내년 상반기 미국 나스닥 시장에 입성할 계획이다.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제약회사가 되기 위해서다. 의약품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바이오로직스도 오는 2017년까지 바이오 의약품 분야 세계 1위 의약품 위탁 생산업체(CMO)로 도약할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통합 삼성물산 역시 지난해 34조원대였던 매출 규모를 오는 2020년 60조까지 키울 방침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설, 상사 만으론 제대로 된 성과를 내는데 힘에 부쳤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바이오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주춤하던 성장세를 다시 반등시킬 각오"라고 밝혔다.

    한편, 합병이 비교적 큰 표차로 손쉽게 매듭지어 지면서, 노골적으로 합병 반대를 외쳐왔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언제쯤 한국을 떠나느냐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엘리엇이 삼성그룹에 투자한 금액은 1조원 정도인데, 이는 이 회사가 투자한 전체 자금의 10% 수준"이라며 "결국 엘리엇도 남의 돈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10%나 되는 돈을 오래 묶어 둘 순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엘리엇은 이미 삼성 주식을 워낙 싸게 사들였기 때문에 상당한 이익을 보장받은 상태"라면서 "적당한 시기에 주식을 내다팔면서 '우리 덕분에 주주들의 권익이 신장됐다'는 식으로 포장한 뒤 서둘러 한국을 빠져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