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前 타결 사실상 물건너가
  • ▲ 지난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부분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연합뉴스DB
    ▲ 지난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부분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연합뉴스DB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문제로 상당기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업체들은 8월 초부터 최대 2주간의 장기 여름 휴가를 갖는다. 그러나 기본급 인상, 성과급 지급 문제 등을 놓고 노사 간 입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촉박한 일정상 노조가 최우선 목표로 삼았던 '휴가 전 타결'도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에 각 사 노조들도 휴가 복귀 시점부터 총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 침체 및 해양플랜트 공사 지연 등으로 조 단위의 대규모 적자를 쌓는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경영정상화 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 노사는 올 임단협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각 사 노조가 12만원 이상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임금 동결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잦은 설계 변경 등으로 해양플랜트 공사기간이 자꾸 늦춰진 탓에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조 단위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7일까지 총 12차례의 협상을 가졌으나 별 다른 진척은 없는 상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7560원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상향조정 △고정성과급 250%+α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최근 열린 12차 교섭에서 △기본급 동결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 △안전 목표달성 격려금 100만원 △성과급 지급시기 변경(300%를 매월 25%로 분할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제시안을 내놨다.  노조는 이에 즉각 반발, 새로운 안을 마련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동결은 물론 철회를 요청했던 '상여금 분할'을 회사가 제시했다는 것은 조합원들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오는 29일과  31일 두 차례의 추가 교섭이 있긴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휴가 전 타결'은 사실상 좌절된 것으로 보인다. 잠정 합의안이 도출되더라도 조합원 찬반투표 등의 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3일부터 2주간의 집중 휴가에 돌입한다. 

    삼성중공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사측과 노동자협의회는 이날 까지 총 10차례의 교섭 테이블을 열었으나 여전히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협의회는 △기본급 12만4922 인상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 △PI(생산성격려금) 고정급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20일 8차 교섭에서 △기본급 동결 △격려금 250만원 △임금 타결금 150만원 △설·추석 귀향기 각 30만원 등을 제시했다.

    이 회사 역시 다음 달 3일부터 일주일 간의 휴식을 갖는 만큼, 휴가 복귀 후 교섭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4년에도 해를 넘기는 진통 끝에 어렵사리 임단협을 매듭지은 바 있다. 당시 크고 작은 수차례의 파업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일찍이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던 대우조선의 올해 분위기는 특히 냉랭하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분기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노조는 아예 '교섭 결렬'을 선언해버렸다. 이 회사는 해양플랜트 부실 등으로 올 2분기 3조원 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2주간의 휴가에 들어간 노조는 △기본급 12만5000원 인상 △사내복지기금 50억원 출연 △하계휴가비 150만원으로 인상 등을 주장했었다.

    사측은 지난 17일 17차교섭에서 △기본급 동결 △사내복지기금 40억원 출연(매년 출연금액 동일) △휴가비 50만원 지급(단체협약 기준) 등을 담은 제시안을 처음 내놨다.

    그러나 노조는 "더 이상의 협상은 무의미하다"면서 곧바로 '교섭 결렬'을 선언, "휴가 이후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노조의 경우 올해 이미 500~1000여명 규모의 부분 파업을 몇 차례 진행한 바 있다.

    또 "단체교섭과 부실경영에 따른 극복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경영진과 산업은행 등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 내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선박 발주 마저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어떤 회사를 막론하고 창사 이래 최대위기가 닥친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럴 때 일수록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 어려움을 극복해 가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29일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조선 빅3'의 2분기 실적이 동시에 발표된다. 업계에서는 3사의 적자 합계가 최대 4조원을 넘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