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지분보유에 '경영권 분쟁 변수 vs신격호 총괄회장 선택'
  • ▲ 2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모습.  ⓒ연합뉴스
    ▲ 2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모습. ⓒ연합뉴스


    롯데그룹 내부에서 벌어지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두 아들 간 경영권 분쟁이 최근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한테까지 번지며, 신 이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이 향후 사태전개과정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신 이사장이 판세를 뒤집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선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는 최다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신 총괄회장만이 쥐고 있다며, 신 이사장의 지분은 장남인 신 전 부회장과 합세해도 경영권 분쟁의 결정적인 수준에는 못 미치질 것이란 반론이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롯데푸드·롯데물산·롯데건설·롯데캐피탈·롯데카드 등 주요 계열사에서 엇비슷한 지분율을 갖고 있다. 롯데쇼핑만 해도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은 13.46%, 신동주 전 부회장은 13.45%로 둘 간의 격차는 불과 0.01%다.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은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계열사에 두루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롯데제과 지분 2.52%, 롯데쇼핑 지분 0.74%, 롯데칠성음료 지분 2.66%를 각각 보유 중이다.

    이 때문에 신 이사장이 본인 지분과 재단을 활용하면 형제간 지분구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한국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도 2대 주주는 지분 8.69%를 보유한 롯데재단이라 신 이사장의 의중이 어디로 실리느냐에 따라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 이사장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이번 일본행과 귀국을 함께하면서 더욱 재계의 이목을 모았다. 이번 일본 일정은 신 전 부회장이 동생 신 회장을 밀어내기 위한 계획적인 의도였던 것 만큼 신 이사장이 신 전 부회장의 편에 서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나아가 두 남매가 힘을 합쳐 신동빈 회장의 지위를 출렁이게 할 것이란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경영권의 최종향배는 신 총괄회장의 선택만이 좌우할 수 있다는 입장도 거세다. 무엇보다 신 총괄회장이 그룹 내 최다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결국 아버지가 손을 들어주는 편만이 롯데를 장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차남인 신 회장을 밀어주는 만큼 신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절대권력인 아버지를 해임시킴에 따라 아버지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신동빈 체제' 구축 작업이 오랜 시간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신 총괄회장의 판단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아버지를 강제로 내쫓았음에도 아버지가 이를 부인하지 않은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면서 "장녀 신 이사장의 그룹 내 지분은 경영권을 위협할 만큼도 아닌데다, 어떠한 공세를 펼쳐도 신 총괄회장이 애초에 계획했던 '신동빈 체제'를 바꾸기에는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는 것이 염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