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대표이사 1명인 반면 2명의 각자대표 체제로 시너지 기대
  • 흔히 한국 축구의 문제점으로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얘기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원톱이 아닌 투톱을 공격수로 세우기도 한다.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채워줄 수 있는 포지셔닝이다.

     

    국내 증권사에도 원톱이 아닌 투톱체제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1명의 대표이사가 회사를 운영하지만, 미래에셋증권과 유안타증권은 2명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2년 5월부터 현재 조웅기·변재상 대표이사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최현만 대표이사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2011년 5월 조웅기 대표이사 사장과 김신 대표이사 부사장 체제로 전환됐다. 2012년 2월에는 김신 대표가 사임하면서 조웅기 단독대표 체제로 잠시 변경됐다. 3개월 후에 현 체제를 갖추고 현재까지 3년 넘게 투톱(각자대표)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조웅기 대표는 홀세일, 트레이딩, 기업RM 부문 등을 책임지고 있다. 변재상 대표는 WM, 스마트Biz, 투자솔루션 부문 등을 맡고 있다. 각각의 업무 영역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2011년도 이후 각자대표 경영시스템을 통해 두 대표가 각각 책임과 권한을 갖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효율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고객에게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전 동양증권)은 2013년 동양사태 발생 이후 그해 11월 서명석 대표이사 사장을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이후 유안타그룹으로 인수되면서 서명석 사장은 2014년 6월 황웨이청 부사장(현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로 선임됐다. 1년 남짓 중화권 자본인 유안타그룹의 일원으로 동화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서명석 대표와 황웨이청 대표가 업무 효율을 위해 각자대표를 맡고 있지만, 업무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함께 공유하면서 처리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호흡이 잘 맞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형식적으로는 각자대표이지만, 실제로는 공동대표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주요 증권사 가운데 이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단독 대표이사 체제이다. NH투자증권은 김원규 대표이사 사장, KDB대우증권은 홍성국 대표이사 사장, 삼성증권은 윤용암 대표이사 사장, 한국투자증권은 유상호 대표이사 사장, 현대증권은 윤경은 대표이사 사장, 신한금융투자는 강대석 대표이사 사장, 하나대투증권은 장승철 대표이사 사장, 대신증권은 나재철 대표이사 사장이 맡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희문·김용범 대표이사 체제에서 올해 1월부터 최희문 대표이사 사장의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1명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과 2명 이상이 대표이사를 맡는 것은 다르다.

     

    원톱일 경우에는 빠른 의사결정과 일관적인 경영방침이 유지될 수 있다. 대신 혼자서 모든 경영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업무 부담이 크고,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 2명 이상이 대표이사가 될 경우에는 이를 보완하면서 각자의 전문성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2명 이상이 대표이사를 맡을 때는 공동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결제이다. 각자대표는 결제 시 한 사람의 대표이사 서명만 있어도 법적인 효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공동대표는 모든 대표이사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 결제 절차가 길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대신 공동으로 책임도 지기 때문에 신중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단독대표이냐 복수대표(공동대표, 각자대표)이냐도 중요하지만,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기업 상황에 따라 최적화된 대표체제를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