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 국면에 접어든 '삼성 반도체 직업병 갈등'... "활동가들에 막혀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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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어렵사리 해결 국면에 접어든 '삼성 반도체 직업병 갈등'이, 이번 사건과 무관한 소위 활동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또 다시 시간만 허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활동가들이 이 문제를 빌미로 기업에게 돈을 요구, 자신들의 단체 운영 자금으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어난 직업병 사건과 관련해 3곳의 협상 주체 중 한 곳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만 공익법인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기부해 공익법인을 세운 뒤, 이 법인이 임명하는 옴부즈맨들로부터 내부 점검을 정기적으로 받으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나머지 협상 주체 중 삼성전자와 피해 가족들은 모두 공익법인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신속한 피해보상이 어렵다고 판단 때문이다. 심지어 반올림 내부 유일한 피해자 가족인 황상기씨와 김시녀씨조차 마찬가지다.
유족·피해자로 구성된 가대위(삼성 직업병 가족대책 위원회)의 경우 일찌감치 삼성과의 직접적인 협상을 통한 빠른 문제 해결을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반올림 소속 3명의 활동가들만 협상보다 공익법인을 만드는 데 우선 순위를 두고 목을 메는 상황이다.
반올림의 활동가들은 이전부터 피해자 가족들과 계속 엇박자를 보였다. 협상에 뛰어든 8명의 전체 피해자 가족 중 6명이 이탈해 1년 전쯤 가대위를 만드는 등 반올림과 다른 길을 걷게 된 것도 불협화음이 원인이었다.
피해자 가족 A씨는 "삼성과의 협상 과정에서 반올림이 우리의 의견을 묵살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며 "더욱이 우리 얘기를 왜곡해 외부에 전달하는 등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까지 벌어져 더 이상 이를 지켜볼 수 없어 결별을 선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협상 주도권 문제를 놓고도 반올림 때문에 6개월 정도 시간을 끈 적이 있다"며 "지금은 삼성 역시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만큼 문제를 길게 가져가긴 보단 서둘러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공익법인 설립에만 반기를 들었을 뿐 1000억원에 달하는 사내기금을 조성해 피해자 가족 보상과 예방 활동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범위에 협력사 직원까지 포함시키는 등 전향적인 대책도 내놓은 상태다.
상황이 이러하자 반올림은 협상 테이블 앉을 명분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특히 반올림 내부 활동가들은 협상을 막는 최대 걸림돌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현창종 광장노무법인 대표는 "이권이 걸려있기 때문에 반올림이 앞으로도 공익법인 설립 주장을 굽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1000억원에 이르는 기부금도 일부는 이들 단체의 활동비로 쓰여질 수밖에 없을 테고 이후 이 돈이 다 떨어지고 나면 또 다시 요구할 게 뻔하다"고 비판했다.
현 대표는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되레 복잡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며 "반올림이 누굴 위한 단체인지 정체성마저 희미해진 상황이라면 협상에서 빠지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직업병 문제를 풀겠다고 나선 조정위원회는 오는 17~18일 3곳의 협상 주체들을 차례로 모두 만나 비공개 방식의 개별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필요한 추가 조정 절차를 밟겠다는 게 조정위 측의 구상이다.
다만 피해자 가족들이 삼성전자와 직접 대화하겠다고 나선 상황이어서 추가 조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