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투명경영에 거는 기대감도 '한몫'주주들 '신격호 총괄회장 건강이상설'에 후계구도 선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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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완승했다. 이번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이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 건과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관한 방침의 확인' 건은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사실상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원 리더' 체제를 구축하며 한·일 통합 롯데그룹 회장의 입지를 확실히 다진 것이다. 1990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롯데그룹에 입사한 이래 25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동빈 회장의 승리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이에 본보는 롯데 경영권 분쟁으로 얽룩졌던 지난 21일 동안 신동빈 완승에 영향을 끼친 결정적인 단서들을 분석해봤다.


    ◇ 신동빈 회장 경영 평가서 앞서…"이사회는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

    2011년 이후 각각 한국과 일본을 책임지고 있는 두 형제의 경영 성과만 보더라도 '신동빈 회장 완승론'이 점쳐졌었다.

    먼저 신동빈 회장의 롯데(한국롯데)와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롯데(일본롯데)의 크기만을 놓고 비교해봤을 때 서로 간의 경영능력 차이가 확연해진다. 양국 롯데계열사 총 매출액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한국롯데가 일본롯데의 10배 규모다.

    일본에서 시작해 한국에 지점 형태로 진출했는데 이정도로 성장 규모 차이가 발생한 것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 덕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특유의 과단성 있는 성격의 소유자로 그간의 성과를 보더라도 경영 평가 면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이마트ㆍ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ㆍ중국 대형마트 타임스 등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M&A(인수합병) 30여건 성사 △'클라우드' 앞세워 맥주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 △'KT렌탈'을 인수해 렌터카 시장에 진출 등 신 회장이 정책본부장에 취임할 당시인 2004년 23조원이던 한국 롯데그룹의 매출은 2013년에는 3.6배인 83조원으로 늘어났다. 계열사도 무려 74개로 확대됐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휘한 일본 롯데그룹은 한국 롯데보다 일찍 출범했음에도 상대적으로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동주의 롯데는 일본 롯데그룹의 계열사는 2013년을 기준으로 한국 롯데그룹의 절반도 안 되는 37개에 불과하다. 매출도 5조7000억원에 머물르고 있는 상황이다. 과자 이외의 사업도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어찌 됐든 이사회는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이라며 "그간의 경영 성과를 통해 누가 자신들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지 주주들은 명확하게 판단할 것이고 이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승리에 무게가 실렸었다"라고 말했다.


    ◇ 투명경영에 거는 기대감도 '한몫'

    신동빈 회장이 선언한 '경영투명성'에 대한 기대감도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롯데호텔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왕국'과 확실히 다른 투명한 '롯데그룹'을 만들겠다는 선언을 대내외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상장기업은 기본적으로 공시 의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경영 결정에 대해서 투자자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가 상장된다면 지배구조가 투명하게 재정립될 수 있는 효과가 누릴 수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의 상장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신동빈 회장의 주도로 롯데쇼핑이 상장됐을 당시 신격호 총괄회장이 "회사를 왜 남에게 파느냐"고 못마땅해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상장에 호의적인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2006년에는 롯데쇼핑을 한국뿐만 아니라 런던에서도 상장시켰다. 경영권 간섭과 "사업에 실패하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기업 상장에 부정적이었던 신격호 총괄회장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신동빈 회장이 양국의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갖게 된다면 계열사 상장으로 △기업 홍보효과와 공신력 △자금 조달 능력 △세제상 혜택 등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 몸집을 불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투명경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인 가치가 크다는 것을 주주들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에 따라 주주들은 신동빈 회장의 투명경영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 주주, 신격호 건강이상설에 제2세대 롯데 원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도 신동빈 회장 완승에 한몫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신동주 전 회장의 게릴라식 폭로전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에 무게감이 실린 바 있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국내에 신 총괄회장을 촬영한 영상을 통해 차남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 적이 없으며, 자신을 배제하려는 시도를 용서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 영상을 공개한 이유는 신동빈 회장 측이 주장하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는 한편, 한국과 일본 롯데 주주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대국민 여론전 전개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 영상을 공개한 뒤에 예상치 못한 역풍이 맞았다. 메시지는 분명했지만 영상에 나타난 신격호 총괄회장의 모습은 건강이상설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카메라를 한차례로 응시하지 않고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아래에 놓인 종이를 읽어내려갔다. 논란이 됐던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말하긴 했지만 써놓은 내용을 읽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일본롯데홀딩스'를 '한국롯데홀딩스'로 틀리게 읽는가 하면, 단어를 더듬거나 여러 차례 끊어 읽는 등 다소 어눌한 말투를 보였다. 방송사에서 제공한 자막이 없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에 좀 더 무게가 실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신동주 전 부회장의 공개한 동영상이 오히려 그의 건강에 의문을 키우는 등 여론 조성이 실패한 점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악재로 작용했다"며 "주주들이 건강상 문제가 제기된 고령의 신격호 총괄회장보다 젊은 신동빈을 택한 것은 어느 정도 예상가능한 시나리오였다"고 분석했다.